스키 레슨 받으러 스키장으로 가는 길, 옆에 앉아 운전하는 남편에게 시비를 건다. 다른 사람한테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남한테서 영향받기를 거부해. 뜬금없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단 의미로 아무 대답 하지 않는 그에게 내 처지를 한탄한다. 평생을 배워도 너처럼은 안될 영어를 난 끊임없이 배워, 죽을 때까지 공부하겠지, 네 등쌀에 이제 달리기도 같이 하고, 오늘은 스키까지 배우러 간다. 나는 너를 나로 너의 무엇을 어떻게 바꾸었지?
운전대를 잡은 채로 내게 그 어떤 반격의 말도 꺼내지 않는 그를 말없이 외면하고 두 눈앞의 고속도로에만 눈길을 주다 깨닫는다. 여기저기 다른 장소에다 나를 옮겨놓아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남편과 달리, 나는 타인의 기분을, 생각을, 마음을 내 곁으로 바짝 끌어당기는 쪽으로, 안개처럼, 연기처럼 지금 이 순간 나의 상태를 내뿜어,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 미안해, 놀러 가는데 기분 나쁘게 해서.
본격적으로 스키 레슨을 받기 전, 인터넷으로 빌린 스키를 찾고, 집에서 챙겨 온 헬멧과 고글을 낀 다음,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사람들을 셀 수 없이 구경해 벌써 진이 다 빠진다, 한편으로는 신도 난다, 결국 자신 없다. 그리고 한 시간 반 동안 나는 실제 내 이동 속도가 빠른 건지 내가 견딜 수 있는 속도의 한계가 남들보다 이른 건지 알 수 없어 스스로를 눈밭에다 반복해서 넘어뜨려 멈춰 세운다.
몸에 대한 통제감을 잃었으니까 속도랑 상관없이 불안해서 미리 넘어지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의외로 스키 잘 못 타시는 캐나다인이 스키 초보에게 듣기 싫게 한 말씀 하신다. 내 대답은 우리 맥도날드나 가자. 거기서부터 집까지는 내가 운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