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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바이올린 레슨을 받는 음악학원에서는 분기별로 동네 교회를 빌려 연주회를 연다. 옷 좀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하지 않겠어. 집에서 나올 땐 분명 통 넓은 까만 면바지에 하늘색 크롭탑 스웨터 차림이었는데 검고,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후들대는 카디건에 감싸인 중학생이 무대 위로 올라선다. 곧이어 선생님과 중학생의 두 바이올린이 데칼코마니 같이 마주 서서 활로 현을 떨며 공간에다 음악을 켜고. 누가 누구에게 필요한 것을 무한 제공하는지를 체온이 한 꺼풀 식은 듯한 선생님의 반팔로 눈치챈다.
사람 목소리와 가사 없는 음악을 들을 때면 지금의 나로서는 막막한 문맹 상태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만 같다. 혼자서는 지어내기 불가능한 가락 있는 말을 유행가에 은근슬쩍 자꾸 빚지는 마음을 가졌달까요. 하지만 악기에 온몸을 내어준 연주자가 내 두 눈앞에 형형하다면, 그 존재감과 움직임의 여정이 활자로 점점 황홀하게 다가와. 엄마, 나 이뻐?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