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역국과 에이 아이

by 준혜이

페이스북이 내게 무작위로 펼쳐주는 페이지를 넋없이 스크롤하다 어딘가 수상쩍어 눈에 거슬리는 소고기 미역국 사진에서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멈춰 세운다. 무와 고수를 함께 넣고 끓인 미역국이라니 그 맛은 어떨까. 이 세상에 태어나 미역국을 먹는 사람 수만큼 세부적일 취향이 이렇게 하나 둘 모두의 스크린 앞에 드러나는 것이다. 깍둑 썬 감자가 들어간 미역국에 밥을 말아 반숙한 계란 후라이를 올려 후추를 쳐 먹는 나도 여기 있으니까. 아닌가.

한국식 미역국이란 이름으로 포스팅된 국적불명 미역고수뭇국 사진 아래, 이것은 에이 아이가 한 짓이 분명하단 댓글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에이 아이식 미역국이라고 해. 별 악의 없이 초래된 것 같은, 이 신세기 에이 아이 요리 파국 안에서, 난, 감자 미역국 맛있어요, 를 외치는 동시에 생각한다. 사실 저 사진 속 요리는 소고기 뭇국에 미역과 고수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을 뿐.


언젠가 지구 온난화가 끓여낼 미역 멸종 바닷국은 한 숟가락도 못 떠먹을 만큼 짜다고 상상하다가, 내가 나이 들어 이대로 세상이 곧 끝나버려도 별다른 미련이 남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우리 애들 미래에 이토록 한심한 재를 뿌리면 안 되지, 스스로를 다그친다. 아니, 이것 또한 에이 아이가




keyword
수요일 연재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353
이전 18화H마트와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