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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미래

by 준혜이 Jan 31. 2025

     이상한 꿈을 꿨어. 그 꿈속엔 네가 나오고. 아니, 사실은 너의 가족 모두. 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이런 꿈. 아주 오랜 시간 공들여 함께 계획한 동반 휴가를 떠나는 당일 아침, 나만 우리가 만나기로 한 시간과 장소에 늦게 나타난다. 그 자리에 도착하기까지 어린애 몸집만 한 여행짐을 양손에 들고 이층 저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느라 고생한 건 내가 가야 할 곳이 8층이라는 걸 기억해내지 못해서. 마침내 너와 바로 마주 선 순간 믿을 수 없이 커다랗고 동그란 두 눈을 치켜뜬 네 남편 얼굴이 내 시선을 사로잡고, 난 그제야 악몽에서 깨어나.

축구장에서 본 그 못된 표정이 너한테 아로새겨진 거야!
아, 후이한테는 선글라스가 필요하네.
내 말이, 선글라스, 아니면 그냥 안경이라도 써야 된다니까.

    나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그 시간, 그는 애들을 학교에 결석시키고 버몬트로 떠나 스키를 타다가 지금 막 집으로 돌아왔다면서 사진 한 장을 보내준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평생 배우지 않았을 이놈의 스키. 그렇게 투정은 부려도 잊지 않은, 눈 덮인 그림 같은 산 위에서 두꺼운 복장에 온갖 장비를 쓰고 들고 누가 누구인지 인상 쓰고 바라봐야만 알아볼 수 있는 가족사진은, 내 새끼만큼 말 안 듣게 생긴 남의 새끼.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이 내 차례다. 나도 스키를 배울 것이다. 그다음에 우리 다 같이 리프트를 타고 적당히 높은 산으로. 그런데 그 실제상황에서는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키 실력이 곤란해 겨우 슬로프를 기어 내려올 나를 과연 누가 눈을 부라리기다려줄 궁금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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