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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이 추위로 얼려버린 호수 위로 어느 두 사람이 나타나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그 주위엔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도 있고, 우린 그들로부터 멀찍한 거리에서 아이스 스케이트를 신은 채 직선과 곡선을 이어 이리저리 미끄러져 다닌다. 한동안 끊임없이 물결치며 흐르던 호수가 단단히 멈춰 선 자리를 온통 다 차지하고, 매 순간 풍경을 움직임으로 바꾸면서, 그런 서로를 가만히 음미하는 우리.
자본주의적으로 여유 없이 다시 새로 동네 겨울 호수에다 바치는 찬사는, 아니, 그동안 왜 돈 내고 아이스 링크에 다닌 거야. 아이스 스케이트 살 때 돈 아까웠는데 이렇게 몇 번 더 타면 본전 뽑는다. 나와 상관없이 영원히 반복될 일시적인 이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잠시나마 그 속에 머물 수 있다는 사실마저 숫자로 계산해 정서적 이익을 남기고 싶은 이 마음까지도 그 마지막은 평안이기를.
우리가 발 딛고 설 자리가 모든 계절에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동시에 다가와, 드러나. 그때마다 우리 마음속을 일렁이는 파문의 정체를 알아채서 우리 몸에 필요한 장비를 제대로 전부 다 갖추고 싶다. 그런 다음 우리에게 남은 일이란 그 순간 곁에 있지만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예의 바른 눈길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저기, 실례지만 썰매 어디서 얼마 주고 사셨어요, 는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