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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준혁 Sep 30. 2021

느긋한 하루 되세요

자취방에서 시간을 보낼 때, 대개는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할 때, 라디오를 켜 둔다.

DJ들이 읽어주는 사연이나 틀어주는 노래, 게스트들과 수다 떠는 라디오의 소리들은 내 작은 자취방과 썩 잘 어울린다. 비가 올 땐 주파수가 어긋나서 인지 얕게 지지직 거리는 소리조차도, 나쁘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풋풋한 가을 바람이 방을 금새 채운다. 빨래를 해야겠다. 라디오도 켠다.


내용 대신 소리에만 귀를 열어두고 빨래를 하는 도중, 스쳐 지나간 느긋한 하루 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느긋' 이라는 말을 써 본 적도, 말해본 적도 별로 없는것 같다. 귓가에 맴도는 느긋이라는 말이 썩 좋다. '마음이 흡족하여 여유가 있고 넉넉하다' 는 느긋하다의 뜻이 너무 좋다. 왜 이 좋은 말을 쓰지도 말하지도 않았을까. 풋풋한 가을 바람을 가득 채운 방에서, 좋아하는 라디오 소리와 함께 빨래를 하는 아침 같은 말 이다.


문자가 울린다.

- 집배원 입니다. 현관문 앞에 보관해드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답장을 한다.

- 감사합니다. 느긋한 하루 되세요 :)


이 글을 다시 읽을 나에게, 또 언젠가 읽고 있을 당신에게.

오늘만큼은 느긋한 하루가 되기를.

흡족한 마음을 가지고, 여유 있고 넉넉한 하루가 되기를.

느긋한 마음을 담아 느긋이 전한다.


"느긋한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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