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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준혁 Nov 06. 2021

도란도란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이르고,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늦은.

꽤나 따뜻하고 꽤나 청량한 9월의 어느 날 이었다.

집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는 한옥카페에서 창밖을 응시한다.

여름인지 가을인지 가늠해보며, 요즘의 나는 지루함인지 편안함인지 가늠하며.


정체된 시선이 움직인다.

거동이 불편하신 듯 보이는 할머님을 부축하고 어머니와 딸로 보이는 삼대가 들어온다.

'하나~둘~셋!' 곧이어 다정한 소리도 들려온다. 도란도란이라는 말이 바로 오늘 내 대각선 앞쪽의 작은 테이블에서 시작됬다고 해도 의심 없을 소리도 들려온다. 도란도란, 다정하게.

해가 조금씩 넘어가며, 햇살은 조금씩 더 따뜻한 색을 띈다. 조금씩 더 따뜻한 도란도란이 되어간다.

더 없이 따뜻해질 무렵, 다시 할머님을 양쪽으로 부축하고 들어온 그대로 나간다.

아름답다.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본 것만 같다. 어쩌면 삶을 본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은 세상이고, 그 아름다움들을 알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따뜻함으로 충만시킬 수 있는 마음인걸 보니, 지루함보단 편안함 이라고 결론지었다. 

오래오래 도란도란 하길. 세 뒷모습에 충만한 축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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