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들다. 사전적 정의는 그저 속으로 배어들다. 창틈으로 물이 배어드는 것도, 방안에 빛이 배어드는 것도 다 스며드는 것인데, 왜 유독 한 사람의 마음에 다른 이의 마음이 스며드는 건 전혀 다른 말로 느껴질까.
까다로워 보이는 내게 대체 너에게 사랑은 무엇이냐고 물어온 사람이 있었다. 조금만 더 보편적인 남자들처럼 동물적인 끌림이나, 순간의 뜨거움 같은 것으로 사랑을 시작할 수 없는지 안타까워하면서.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러한 수많은 기준과 취향의 벽을 세워놓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뒀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그럼에도 내 대답은 한결같다. 스며드는 것. 사랑은 우연이란 시작에 기인하여 서서히 마음 깊이 스며드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마음에 퍼져서 어느 날 문득 마음 가득한 이 감정이 사랑임을 깨닫는 것. 애써 지우려 해도 이미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스며들어 쉽사리 지워낼 수도 없는 것.
어느새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세상에 스며들고 있다. 한껏 달궈진 세상을 식히는 가을비, 다음 푸르름을 위해 잠시 옷을 갈아입는 나무. 나라는 존재 자체가 이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기를, 그 누군가가 내 마음에 차분히 스미기를. 하여 맞닿은 그 두 마음이 조금은 소란해지는 기적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