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레인
그저 성인 남성 평균치보다 소식을 하고, 부모님께 물려받은 체질이 그렇다고만 하기엔 분명 성격적으로 예민하고 세심한 면이 나의 이 마른 체형을 유지하는 조건 중 꽤 큰 부분을 차지하지 싶다. 이상하게도 보통의 한 예민 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침대에 누운 지 5분 이내에 잠들며, 아침 기상 알람이 울리기까지 그 흔한 꿈 한 번 꾸지 않고 깊이 자는데, 이는 분명 내게 주어진 큰 축복 중 하나이다.
이번 여름은 조금 달랐는데, 에어컨을 켜둔 채로 잠들자니 너무 추운 것 같고, 그렇다고 선풍기만 틀자니 또 너무 더운 것 같고… 결국 에어컨 타이머를 맞추고 잠드는데, 방 안 기온이 올라가는 시점이 동일한 것인지 며칠째 오전 3시 30분경 더위에 눈이 떠졌다.
한 번 뜨인 눈은 쉬이 감기지 않고, 3:30이라고 낮게 반짝이는 생경한 불빛에 자꾸만 시선이 머문다. 내가 상상했던, 꿈꿨던 삼십대 중반의 삶은 이런 형태가 아니었는데. 나란 존재는 대체 누구며, 지금 내가 머무는 이곳은 이후 내 삶 전체를 반추했을 때 어떤 의미를 띨지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숫자는 4로 바뀌어 있고, 방 안 공기는 대체 조금 전 더워서 깬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삽시간에 차가워진다. 창을 여니 시골의 풀벌레 소리와 쏟아질 듯 빼곡한 밤하늘의 별들만이 여름밤의 깊은 고요를 옅게 한다.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축복 중 하나라 여겼던 깊은 잠이 늘 혼자인 내 영혼을 더 혼자로 빠져들게 만드는 늪처럼 느껴져 기도를 중얼거려 본다. 당신의 완벽하고 큰 계획을 믿으며, 이 모든 순간이 내게 반드시 필요한 것 역시 믿으나, 부디 여린 영혼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때에 이 광야에서 건져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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