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보다는 불행 쪽에 가깝지

by 레인
너는 행복하니? / 꼭 이분법적으로 나눠야만 한다면 행복보다는 불행 쪽에 가깝지. / 산다는 게,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 즐겁지 않아? / 내 삶은 주로 견디거나 버티는 쪽에 조금 더 가까웠어.
기본적으로 우울감이 기저에 깔린 사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사람은 아니다. 굳이 선택적으로 답을 해야 한다면 그렇다는 거지, 모든 개개인의 삶은 숨 쉬는 그 자체로 이미 찬란하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산다는 건 무수히 반복되는 아무 일 없는 나날들의 연속 속에 기쁨과 슬픔이 양념처럼 뿌려져 있는 것. 때로는 혹은 누군가는 그 약간의 양념 덕분에, 때문에 일상이 환희에 차기도,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도. 특별한 순간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으라는데, 꽤 역설적이지 않은가 말이다.
성장한다는 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생의 어떠한 굴곡 앞에서도 붕 들뜨거나, 무너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물론 아직도 인생을 논하기엔 가벼운 나이지만) 그저 반복되는 일상을, 그 무료 속에 깔린 우울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감정에 빠져들지 않는 것 아니, 가끔은 선택적으로 감정에 빠지더라도 표출하지 않고 자기 내면에서 잘 다루어내는 방법을 알아가는 게 성숙의 바른 단면인 것 같다.
하룻밤 눈을 감았다 뜨니 숨이 턱 막힐듯한 더위가 물러가고, 어느새 선선한 가을바람이 속눈썹을 간지럽힌다.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사랑의 맺음과 함께 무너진 지 몇 해가 지났다. 계절은 이 세상에 아무 일도 없다 말하듯 반복적으로 때에 맞춰 오간다. 어느 날 눈을 감았다 뜨면 사랑이 다가올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며 오늘도 꽤 성실하게 하루를 견뎌낸다. 어쩌면 진짜 계절의 변화는 사랑으로 물든 마음으로만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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