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콜만 먹는 이유? 이거 없었음 어쩔 뻔..

나는 투병자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

by 치유빛 사빈 작가
나는 맥주를 마셔도 될까? 알코올 없는 무 알코올 맥주를..


상태가 심할 때는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 당기지 않을뿐더러 배가 아파 아무거 나를 먹을 수 없다.

요즘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관해기로 인해 최근 들어 맥주가 당겼다.

불면증이나 우울할 때는 와인이나 뱅쇼를 만들어 마셨지만 이것 또한 알코올이 있기에 많이 마시지 못한다.


인생은 아름답다. 그러나 밤은 더 아름다운데 나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투병 자라고 해 마시는 즐거움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최근 들어 무알콜 맥주가 생각났다.

늦둥이 출산 후 조리원 동생들이 무알콜은 알코올이 없어 수유 중에도 괜찮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병들어 있었고 최대한 자제하며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좋은 것만 골라 주려고 노력했다.

무알콜 맥주라는 단어에도 시 쿵둥 했다.

다들 한잔씩 하는 모습에도 의연하게 대처했던 나.

그러나 돌이켜보면 의연하다기 보단 나를 포장했다.


나는 아프니깐? 이러면 안 돼! 나는 병든 몸이니깐 아이에게 최대한 좋은 것만 줘야 해! 병든 몸에 새 생명을 안겨준 아이이기에 내 목숨을 줘도 아깝지 않아


로 포장하고 또 포장하며 가면을 쓰고 또 가면을 썼다.

아이가 어릴 때는 밤새 아이의 뒤척임을 확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무알콜 맥주를 멀리했다.


KakaoTalk_20200827_214558201_04.jpg 무알콜 맥주
KakaoTalk_20200827_214558201_03.jpg 불막창 안주를 벗 삼아 맥주 마시기


이제는 때가 됐다.

아이는 어느덧 45개월, 5살이 되었고 밤새 뒤척이는 아이를 챙기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왔다는 걸 깨달은 후 동네 마트에서 무알콜 코너에서 나를 발견한다.

"왜! 없지 여기 수유하는 사람이 많나?"

첫날은 실패! 둘째 날은 기필코 한아름 품에 안고 집에 복귀할 거라는 신념 하나로 다시 마트에 들렀다.

첫사랑을 만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찾았다.


드디어 찾았다. 나의 쉼터, 나의 엔도르핀.


일단 한 캔으로 시식을 했다. 이거 신세계였다.

처음 마시는 맥주 느낌은 은근하게 취했다. 알코올이 없다고 했는데 왜 취하는 걸까?

무의식에서 알코올로 인지했던 거.

그 후 친정엄마가 마트 다녀오면서 6캔이 들어있는 제로 알코올 맥주를 사 오셨다.


"야! 이거 네가 찾는 거 맞나?"


"어! 맞는데! 이걸 사 온 거야?"


"매일 너 마시면서 일하잖아! 마트 간 김에 사 왔지!"


코끝이 찡하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음주인가?

매일 밤 맥주 하나에 의지하며 글을 써 내려가는 큰딸 모습이 안되어 보였던 것.

맥주 안주로 돼지껍질과 불막창 등 다양하게 엄마 집 냉동고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매일 밤 맥주를 마시는 모습에 한마디 던진다.

"야! 너 그러다가 알코올 중독되겠다"

"엄마 이거 알코올 제로야! 알코올 없어!"

"조금은 있겠지! 아예 없는 거 아닐걸"


엄마는 내 말을 믿지 못한다. 먹은 후 정신이 더 멀쩡하다는 걸.


입속에 들어가는 맥주는 입안 가득 톡 쏘았다. 진짜 맥주 맛을 잃어버렸기에 진짜 맥주 맛은 모르겠지만 무알콜 맥주가 진짜 맥주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관해기가 지속 가능하게 쭉 지내준다면 앞으로 1일 1캔으로 다사다한한 하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완 작가님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매일 맥주를 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내가 그 길을 걷고 있다.


하완 작가님 저와 맥주 한잔 하실래 예'






맥주가 나에게 주는 행복감은 15년 동안 알코올에 손대지 않았던 선물이었다.

괴로워서, 우울해서, 힘들어서, 서운해서, 외로워서가 아닌 그저 하루를 마감하며 원고를 수정하는 나에게 주는 선물의 루틴이 되었다.

매일 밤 소량의 저녁밥을 먹고 마지막엔 맥주로 마무리한다.

알코올이 없기에 부담은 없지만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

매일 1캔 이상은 먹지 않기로..


아무리 무알콜이지만 나의 대장은 예민하다. 스트레스를 약간이라도 받게 되면 복통과 함께 혈변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즐기되 조금씩 자주 즐기기로 했다. 건강하게 몸을 유지한다고 해도 과음하지 않는다.

조만간 뱅쇼를 만들어 간절기에 위해 독감과 코로나를 이겨볼 테다.

나처럼 면역 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즐길 수밖에 없다. 즐겨야 이겨낼 수 있다.

맥주를 약으로 대하면 몸속에서 이롭게 약으로 작용할 것이고

맥주를 악으로 대하면 몸속에서 악하게 나를 힘들게 할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나를 나다워지게 하고픈 모든 것을 찾아 조금씩 즐기며 하려고 한다.

아파트 뒷산에서는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가 귀뚤귀뚤 노래를 불러준다.

안주 삼아 부드러운 귀뚤귀뚤라미의 노래.


마실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는 걸 생각하며 오늘 저녁도 무알콜 맥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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