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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바라는 네 모습

너답게, 빛을 잃지 않고

by 치유빛 사빈 작가


엄마는 종종 너의 미래를 그려본단다.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어떤 길을 걸을지, 어떤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가정을 꾸밀지 상상하지. 생각하면 할수록 엄마가 진짜 바라는 네 모습은 뜻밖에도 순수하다는 사실이야.

엄마는 네 삶과 남의 삶을 비교하지 않고, 불안함으로 무너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고 있었어. 다른 이가 먼저 간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 없어. 세상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네 걸음에 맞춰 네가 쉬는 호흡처럼 살아가는 게 가장 너다운 거야.


아홉 살인 너는 학교 시험 성적에 크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더구나. 너를 바라보는 눈으로 친구들을 바라보는 거야. 90점이든 30점이든, 너는 그 아이를 점수로 재지 않고 한 사람으로 바라보았지. 그 모습을 보며 엄마는 무척 든든했고, 엄마보다 더 멋지게 자라는 네가 자랑스러웠어.


너 또한 조금만 노력하면 100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던 날이 있었어. 하지만 넌 싫다고 했지. 수업 시간에 들었던 것들이 머릿속에 있다며, 너 자신을 믿더라. 그렇게 해도 빵점은 받지 않을 거라는 너의 자신감에 엄마는 황당해하면서도 환한 미소가 번졌단다. 너에게 성취감을 안겨주려 했던 엄마는 오히려 반성했어.

지금처럼 타인과 비교하지 않은 삶, 그대로 이어가길 바라.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에 이르기까지 네 길을 너답게 걸어가면 돼.


너의 모습에 엄마는 나태할 시간이 없어. 아이들은 부모 뒷모습을 보며 걸어간다고 하더구나. 또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기도 하니, 엄마는 하루의 조각조각을 모아 성실하게 살아내려 해.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노년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야.


사춘기와 성인이 되는 순간이 와도, 지금처럼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줬으면 해. 남들이 뭐라고 하든,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도 괜찮아. 그건 그들의 기준일 뿐, 너의 기준이 아니니까. 거기에 위축되지 않았으면 해. 너는 이미 충분히 소중한 존재라는 걸. 잊으면 안 돼.


혹여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 그게 네 삶에 빛을 더할 거야.


엄마는 매일 맛있는 밥상을 보고, 음식으로 가득 찬 냉장고와 가지런히 놓인 신발,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옷장을 바라볼 때마다, 부족하지 않다고 흐뭇한 미소로 하루를 시작해.


넌 친구와 놀다 돌아온 뒤, 집이 이쁘고 깨끗하다고, 맛있는 간식이 많다고 친구들이 말했다며 쉬지 않고 속삭였지. 흐뭇함이 얼굴 가득 실어 아주 작은 것부터 소중히 대하면 상대도 소중하게 느끼게 되는 거라고 말했던 거 같아.


소중한 하루가 쌓이면 감사함도 물결처럼 우리 곁으로 다가와, 보잘것없는 것도 근사하게 물들여지지. 무엇이든 당연한 거라 여기지 말고 감사함을 마음에 새기며, 혹독한 계절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유아기 때부터 감사함을 아는 여니를 떠올릴 때마다, 아주 소소하고 작은 순간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반짝이는 너의 눈을 떠올리는 것만큼 가슴 벅찬 일은 없어.


별일 없는 일상 속 고마움을 느낄 줄 안다면, 거대한 파도가 닥쳐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웃을 수 있어.


잠시 당황스러울 때도 있을 거야. 하지만 ‘이 시련은 더 좋은 것들을 위한 길목이구나’ 하고 모든 걸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자. 언젠가 네 삶은 눈부신 꽃 빛으로 물들어 햇살처럼 따스하게 너를 감싸 줄 거니까.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한 행동들은 네 무의식 저장고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단다. 그것은 짙은 먼지가 아니라 무지개 향으로 가득하다면, 넌 아마 큰 마음 부자야.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바라는 네 모습은, 사랑을 품을 줄 아는 거야. 이미 너는 같은 반 자폐 친구를 보듬었던 날, 힘들고 피곤하다고 하면서도 외면하지 않았지.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는 가슴이 뭉클해져 눈가에 눈물이 고였어.


또 반에서 맡은 일일 역할을 친구들이 회피할 때, 너는 피하지 않고 손을 들었다고 했지. 무거운 안내장을 두 팔에 안고 3층까지 오르는 네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아팠어. 하지만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용기를 낸 거겠지. 수줍음이 많은 네가 번쩍 손을 들었다는 말에, 엄마는 네 안의 용기가 어떤 건지 안단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마음결까지 따스한 여니. 사람을 귀히 여기고 따스한 손길을 건네는 너라면, 앞으로의 삶이 외롭지 않을 거야. 이 마음 그대로 늙어도 변치 않기를, 엄마가 곁에서 너를 지킬게.


엄마가 고통과 역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버텨낸 건 글이라고 했지. 글은 엄마를 살렸고, 또 살아가게 했어.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지. 어두운 밤에서 빛을 찾는 건 우리 내면이 하는 일이니까. 너도 네 방식대로 그런 삶을 그리고 배우며 살아가길 바란다.


엄마는 네가 너다운 결로 살아가며, 네 안의 빛을 스스로 발견해 세상을 비출 때, 그 환한 미소가 너를 지키고 누군가의 길까지 밝혀 줄 거라 믿어.


딸! 어떤 길을 걷든, 어떤 선택을 하든, 엄마는 늘 네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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