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인생 가을 편 11월 호 - 가을빛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의 옷이 두꺼워졌다. 발걸음도 가을처럼 천천히 그러나 여유가 물들다.
아마도 짧아진 가을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나 또한 아쉬워지는 가을을 오래 느끼고 싶어, 마음 깊은 곳까지 가을 향을 마신다.
얼굴에 인상을 찌푸리며, 땀방울이 몽글몽글 맺힌 모습에서 여러 색채로 물들인 낙엽처럼 제각각 가을을 느끼는 표정이다.
난 또, 한 계절을 느끼고 만지면서 잘 살아낸 나를 웃어준다.
다시 살아낸 인생을 고스란히 오고 가는 계절을 느끼며, 가을 냄새를 맡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하지 아니한가.
살아낸 어제와 주어진 오늘, 그리고 살아내야 할 내일을 위해 나에게 온 계절과 시간을 온전히 느낀다.
그러면 되는 거다. 기꺼이 살아내고 기꺼이 마주하는 거다.
아픈 상처 속 슬픔에 나를 밀어 넣지 않고, 과거를 훌훌 털어내고 '내가 그랬지. 이젠 그러지 않을 테니 지금 내가 있는 거야' 속삭이면 된다.
지금을 살아 내기도 벅찬 오늘을 위해, 과거는 배움의 창고였다.
다가올 미래, 10분 뒤에 무슨 일이 기다릴지 모른다. 그리니 현재에 온 모든 것에 마음껏 누려보는 사치는 꽤 괜찮은 사치다.
자연이 주는 안락함과 계절이 주는 풍부함 그리고 시간이 주어진 지금을 온전히 누릴 줄 알아야 미래는 빛을 내며 내게 달려올 것이다.
그럴 것이다. 온전히 누릴 줄 아는 이에게는 그만큼 행운이 따른다.
그러니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용서할 수 없는 배신에 나를 가두지 않기를. 살아낼 오늘은 그저 나를 위해 살아내야 미래가 있다.
오늘도 난, 떨어지는 낙엽에서 풍기는 가을 냄새를 보며, 드높고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게 내가 살아내야 할 오늘이고 내일이다.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