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인생 가을 편 11월호 - 깊어가는 가을, 안녕의 위로
붉은 옷 아래 주황빛이 물들인 옷을 입은 나무는, 그 아래 노랗게 물든 그는 곧 겨울을 알린다.
깊어지는 가을 아침, 주방 창문으로 스미는 가을 나무는 나를 보며 웃어준다.
더운 여름 잘 이겨냈다고, 이제는 다 괜찮아질 거라고, 더는 아픔이 머물지 않을 거라는 위로를 아침에 인사로 건넸다.
평일 아침은 늘 분주하다. 아이를 깨워 학교 갈 준비 하면서도, 나는 주방 창문으로, 통해 나를 반기는 ㅣ가을에 화답한다.
괜찮아지고 있고,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주는 그들의 속삭임에 무겁게 앉은 인생에 안도한다.
오늘은 그런 아침이다.
조금은 여유롭고 조금은 생기가 감도는 날.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공기 속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맞는다.
깊어가는 가을 끝자락, 그곳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상처, 배신, 슬픔, 아픔, 눈물 뒤엔 언제나 있을 기쁨과 환희, 설렘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그러니 난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니까.
여름부터 가을까지 아팠던 몸이 회복되어 간다. 이유 모를 통증이 몸 군데군데 노크하듯 다가온다. 무너지지 말고, 견디고, 버텨보라고.
그래서 나는 버티고 견뎠다.
이제 깊어지는 가을에는 한시름 놓는 무게가 다가왔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아침부터 속삭인다.
가을 햇살이 구름 뒤에 숨어 나를 보았다 숨는다.
미안한가 보다. 아픈 몸에 아픔을 더하며 내게 온 삶과 시험했던 지난 시간이.
굳건히 이겨내고 오늘을 맞이한 나에게 짙어진 가을 향을 남긴다.
봄에 피었던 벚꽃 나무에서 여름에는 싱그럽게 푸르게 빛을 내고 짙은 가을엔 앙상한 가지로 서서, 내년 봄을 약속하며 사라진다.
이곳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는다. 겨울, 봄, 여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이 온다고 조용히 귓가를 속삭인다.
그거면 충분하다.
계절마다 나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주니까.
숨었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가을 햇살은 나와 숨바꼭질을 하자 한다.
난 그저 웃음으로 화답한다.
앞으로도 잘 살아보겠노라고.
덜 익은 가을이든, 찬란하게 빛나던 가을이든, 그 물든 계절이 내게 다시 살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