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매 순간이 내겐 시작이며 도전이다.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마흔 넷이라는 두 자리 숫자만이 내 손안에 쥐어져 있었다. 어려서부터 특히나 소심했던 내게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두려움이 앞서는 무언가였다.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던져졌고, 낯선 타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불혹의 나이인 마흔을 넘어서도 여전히 사는데 서툴고 타인과의 매 순간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불현듯 마음을 장악해오는 두려움들에 맞서 낯선 공간으로 매일 아침 향해야 하는 내겐 매 순간이 용기가 필요했고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치열한 도전이기도 했다.


 이 세상에 발을 들인 것이 내 의지가 아니었기에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지칠 때쯤이면 부모님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어느 통속적인 영화의 대사처럼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정석 일진 모르나 그 말을 부모님께 진심으로 수가 없었다. 삶에 커다란 열정도 없었고, 뚜렷한 꿈도 없이 죽지 못해 사는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는데 도저히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자존감이 낮았고 매사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주기적으로 어두운 내면의 동굴에서 소리쳐댔지만 죽을 용기조차도 없었기에, 가련한 외침 뒤에는 자포자기적 순응만이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 올뿐이었다.


하지만 사는데도 지난한 용기가 필요했다.


 타인과의 관계가 편치 않았던 난 삶의 의미를 책에서 구하고자 했다. 벽에 부딪칠 때면 책에서 답을 구했다. 그렇게 책과의 동거가 시작됐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부족했던 내게 책은 머릿속 잠들어있던 스위치를 켜주었다. 일종의 깨달음과 함께 조금씩 생각이 열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잠들어있는 스위치를 켜기 위해 자꾸만 자꾸만 나의 뇌는 책을 필요로 했다.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는 나를 엄마는 걱정하셨다.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영적 공허에서 벗어나 삶의 원동력을 찾아 삶을 살아갈 이유를 찾으면 내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어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성과 관련된 책에 심취했고 우주며 외계인이며 어딘가에 있을 <내가 숨 쉬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 헤매 다녔다. 그럴수록 이상과 현실 사이커다란 괴리감에 혼란스러웠고 도무지 현실에 이상을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지를 몰랐다. 그렇게 영성과 뉴에이지 관련 책에서 답을 구하지 못했던 나는 성공과 자기 계발 관련 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 있어 성공과 자기 계발 관련 책은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들을 해주었다.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슬기로운 팀장 생활>, <침착하지만 단호하게 진상을 대처하는 기술>, <타이탄의 도구들>, <부의 추월차선>등 이상의 공간을 떠다니던 두 다리를 지상에 안착시키기 시작했다.


 불혹의 나이 마흔, 생애 전환기라 불리는 마흔을 넘기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질기게 이어온 삶이지만 나도 모르는 어떤 삶의 이끎이 있었다는 생각. 마치 니체의 초인처럼 끊임없이 나 자신을 극복하게 만드는 어떤 이끎이 있었다란 생각이 들었다. 은근하게 티 나지 않게 끊임없이 나를 이끈다. 가만히 두질 않는다. 무언가 시작하게 만든다. 무언가 도전하게 만든다. 숙명처럼 계속 나 자신을 극복하라고 종용하는 어떤 이끎이 있었다. 


  매주 쌓여가는 생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끝도 없이 사들이면서 생각했다. 쓸모없는 나란 인간이 매일 만들어내는 자연을 해치는 수많은 일들을 멈추고 싶다고. 만약 이런 소모전을 멈추지 않고 살아야만 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이로운 일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별다른 재주도 없고 재력도 없는 내가 유일하게 혼자서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글을 쓰는 것이었다. 글을 통해 나처럼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가련한 지구 상의 영혼들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런 도구로써 처음 브런치를 알게 되었을 때 브런치는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존재였다. 우연히 동료가 브런치에 글을 게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용기를 내어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브런치에 가입하고 작가의 서랍에 글을 쓰면서 손에 땀을 쥐었다. 설레기도 했지만 거절당할까 두렵기도 했다.


 나이 서른이 넘어 운전면허에 도전할 때에도 마흔 가까이에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을 때에도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컴퓨터 활용능력 1급에 도전했을 때에도, 떨어지고 또 떨어져 시험 보고 돌아오는 길에 주저앉아 울던 때에도 그래도 다시 일어나 도전했던 그 용기들을 떠올렸다.


 브런치 발행 버튼을 누르고 결과를 기다렸다. 1차 탈락이었다.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다시 심혈을 기울여 글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또다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2차 성공이었다. 그렇게 브런치의 시작과 함께 나의 글쓰기도 시작되었다. 도전을 통한 시작은 또 다른 도전을 부른다. 인생은 이렇듯 끝도 없는 도전과 시작의 연속이다.


 마흔넷의 시작에 또다시 새로운 환경이 주어졌고 그 환경이 주어진 지 3개월 만에 변화가 찾아왔다. 역시나 새로운 환경과 낯선 타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렵고 두려움이 앞서는 일이다. 그것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파도에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라는 어느 라틴어의 속담처럼 삶의 어떤 이끎이 나를 흔들어놓아도 가라앉지는 않겠노라고 두 주먹을 질끈 쥐어본다. 아무것도 없지만 용기를 내어본다. 시간을 죽이든 시간을 살든 매 순간이 시작이고 도전인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려움에 맞선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