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eongihnK
Aug 31. 2023
"나 충격 고백할 일이 있어."
"뭔데? 너 혹시 그만두니?"
"음? 어떻게 알았지."
"넌 그럴 줄 알았어. 어쨌든 부! 럽! 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초등교사 일을 그만둔다고 하였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부럽다'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예상 반응은 '왜?'라는 질문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다. 교감선생님께 처음 운을 뗀 날 교감선생님께서도 '나도 그만두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교무실을 나오려는데 그때 옆에 앉아 내 얘기를 듣던 교무부장 선생님도 '나도 데려가요!'라며 역시나 다른 사람들처럼 부러움을 표현했다.
15년 전(벌써?) 임용고사를 볼 때만 해도 초등교사가 되는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는 일이었다. 부모님의 지인들은 모두 부러움을 표했고, 어딜 가나 직업을 이야기하면 좋은 직업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어려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직업을 밝힐 때마다 약간의 자랑스러움이 섞여 나오곤 했었다. 그렇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초등교사를 그만두는 것이 부러움을 사는 일이 된 것이다. 물론 내 주변 사람들이 배려심이 너무 깊어 그만두는 나의 기분을 좋게 해 주려 부럽다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두니까 속 시원하지?"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막상 닥쳐보니 그렇진 않았다.
내가 지금껏 다닌 학교라는 공간은 그 어느 곳 하나 멋진 곳이 없었다. 학교의 모든 시설은 늘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으며, 삐걱거리고, 냄새가 났으며, 춥거나 더웠다. 일과 중 손을 씻으면 손에서 시커먼 구정물이 나왔고, 화장실은 항상 지린내가 나거나 문고리가 고장 나 있었다. 교실 바닥은 매일 청소해도 먼지가 풀풀 날렸고, 에어컨과 히터는 항상 제성능을 다 하지 못했다. 그간 가르친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대부분 매우 힘들고 지치는 시간이었고, 웃음이 나오는 시간은 매우 짧고 희소했다. 화장실도 자유롭게 갈 수도 없었고, 몸이 아파도 기를 쓰고 학교에 나와야 했다. 일부이지만 매년 몇 건씩은 반드시 당혹스러운 내용의 민원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는 학부모들이 존재했다. 마지막 즈음에는 교문을 보면 마치 공포영화처럼 일렁이는 듯 보이고, 교실로 가는 걸음도 정말 무거웠고, 교실 들어가기 전 심장이 이유 없이 쿵쾅대며 전화라도 울리면 눈물까지 글썽이게 되는 증상이 생겼다. 게다가 눈이 오면 직접 나가 눈도 치워야 하고, 낙엽이 떨어지면 비질도 해야 하고, 아이들 하교 후에는 교실 청소, 연구실 청소 등등 내가 교사인지 청소용역인지 헷갈릴 정도로 방과 후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여 걸레와 빗자루, 쓰레받기를 가장 많이 만져야 했다.
그렇게 여러모로 힘들었던 터라 그만두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만두겠다고 확고하게 결정한 후에는 갑자기 우울함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사직원과 비밀유지 각서 달랑 2장 결재올리고 나면 그냥 끝나버리는 퇴직. 나름 내가 살면서 자부심을 갖고 이 일에 몸담아왔는데 이렇게 미련 없이 그만두며, 사람들이 그런 나를 붙잡기는커녕 부러워하는 현실이라니. 그동안 나는 무엇을 위하여 여기까지 달려온 걸까 아주아주 굉장히 텅 빈 것처럼 공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