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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ihnK Sep 06. 2023

나는 초등교사를 그만두었다

4. 월급이 만들어낸 우울감-1

나는 굉장히 씩씩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발령을 받게 된 그 순간까지. 이 정도 공부 양(다른 친구들에 비하여 여가시간이 상당히 많았음)으로 임용고사도 한 번에 덜컥 붙어 대기 없이 한 번에 발령까지 다이렉트라니. 난 정말 대단해.


아직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친구들, 임용고사에서 떨어진 친구들, 그들 보다 내가 한 걸음 더 빠르고, 그 빠른 걸음을 걷는 것이 마치 성공의 척도인 양 느껴졌다. 부모님 지인들과 마주치면


'교사가 신붓감 1위'


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나중에 결혼도 잘하게 되겠구나 생각했다. 내심 뿌듯했다. 그러나 그런 자아도취는 3달 정도 후에 현실직시로 바뀌었고, 행복감은 이내 우울감으로 바뀌었다. 원인은 월급에 있었다.


교사의 월급이 어느 정도인지는 교대에 입학하기 전부터 중등교사 출신의 아버지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중등과 약간의 차이점은 있겠지만 같은 호봉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비슷하리라고 추측했다. 당시(2008년)에는 그 정도 월급이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고 느꼈고, 교사 초봉은 타 직군에 비하여 높은 편이라는 소리도 들어서 월급에 불만도 딱히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곳에 취업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수습기간에는 백만 원도 안 되는 급여를 받는 사람도 있었고, 중소기업은 120~140만 원 정도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에는 마냥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 부모님께서 주신 용돈으로 생활하다가 드디어 내가 스스로 돈을 벌어서 생활하게 되다니. 그리고 관사에서 살다 보니 월세도 아낄 수 있었으니 180만 원으로 적금도 들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 먹었다. 부모님께 각각 속옷을 사 드리며 용돈을 조금 봉투에 담아드렸다. 그리고 몇 달 월급 중 일부를 모아 본가에 TV도 사고, 소파도 구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몇 달간은 지출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돈이 쉽게 통장에 쌓였다. 100만 원, 200만 원, 300만 원... 그렇다면 이제 나를 위한 소비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울감이 파도처럼 밀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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