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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4일

by June gyu

업무차 퀼른에 온 누나와 짧은 만남을 가진 뒤, 나는 다시 뮌헨으로 돌아가는 날. 오전에 누나는 일터로 나가고, 나는 호텔에 남아 미뤄둔 논문을 정리했다. 정오가 조금 지나 호텔을 나서 라인강이 보이는 강둑에 앉았다.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라인강 위로 분주하게 지나가는 배들을 보면 누나와의 약속을 기다렸다.


누나와 함께 테라스가 딸린 독일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퀼른 시내를 걸었다. 그러고는 기차역으로 향했다. 꽤 많이 걸었기에 몸이 피곤했고, 자리에 앉자마자 깊이 잠들었다.


한 시간 정도 깊은 잠을 자고 깨어보니 아직도 퀼른 중앙역. 선로 문제로 열차가 멈춰 있었다. 예정된 노선을 따라가지 못한 기차는 결국 라인강을 끼고 우회하기 시작했다. 기차는 천천히 강변을 따라 달렸다.


창밖 풍경이 익숙했다. 예전에 자전거 여행을 하며 이 길을 따라 달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이 길을 하루 종일 페달을 밟으며 라인강을 따라 올라왔었다. 그랬었다. 힘들었지만 멈추지 않았고, 어딘가에 미쳐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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