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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Oct 07. 2020

9월 20일

계획

'계획하기' 일기를 쓰기 1시간 전 내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이다. 


학창 시절부터 아버지는 나에게 좋은 성적에 대한 어떠한 것도 바라시지 않았다. 가끔씩 나의 꿈을 물어보셨고,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부터는 나의 미래 계획을 듣고 싶어 하셨다. 주말이나 방학 때 부모님 집을 방문하면 아버지의 단골 질문은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난 즉흥적으로 나의 계획을 잘 말해 내곤 했다. 그 계획이 실현 불가능에 가깝지만 항상 긍정적인 미래를 그려가며 아버지에게 나의 계획을 들려주곤 했고, 아버지 또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다. 조언 또한 빼먹지 않고 항상 말씀해 주셨다.


전과는 다르게 지금 난 계획을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펜으로 써 내려가며 세우고 있다. 언제 물어볼지 모르는 아버지의 질문을 답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것일 수도 있고, 항상 종이에 메모를 하시며 하루일을 계획하고 한 달 일을 계획하시는 아빠를 보고 배운 것일 수도 있다. 


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계획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나의 인생 전체의 계획. 지금 내가 여기(독일)에 있기까지 어떻게 보면 큰 틀로는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다만 세세한 것들까지 계획한 대로 흘러가기란 어렵다. 지금까지 이것저것 많이 계획했고 그중에 실천한 것도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 것도 있다.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계획들을 더 많이 세웠는지도 모른다. 


항상 그랬듯 다음 발걸음을 위해 계획을 수정하고, 아니면 새로운 길에 대한 첫걸음을 위한 계획을 세울 때이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자, 너무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지 말자. 바로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자. 계획은 언제나 그랬든 항상 고쳐지고, 바뀌고, 사라지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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