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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Jun 01. 2021

2021년 4월 11일

오늘 하루 정말 쉬려고 계획했다. 날씨가 좋으면 해먹을 가지고 공원에 나가서 햇빛 좀 쬐다가 책도 좀 읽고. 


점심이 지나서, 해먹을 들고 작은 호수가 있는 공원으로 나갔다. 날씨가 좋으니 사람들이 밖으로 하나, 둘씩 나온다. 사람들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에 해먹을 치고 책을 펼쳤다. 몇 장 넘기다 보니 눈꺼풀이 무거워져 잠시 눈을 감았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책장을 넘기는데, 작은 꼬마 애가 다가왔다. 


“너 뭐 하고 있어?, 책 읽고 있구나?”, 갑자기 말을 걸어온 말에 당황했다. “어 맞아. 그러는 너는?”, “나 엄마 기다리고 있어.”, “아 그래?? 혹시 엄마 찾고 있는 건 아니고?”, “엄마는 이쪽 방향으로 쭉 걸어갔는데, 호수 한 바퀴를 돌고 아마 이쪽으로 오실 거야”라고 말하며 입을 닫았다. 고요의 정적을 깨고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너 축구 좋아해? 어느 팀에서 뛰고 있어?”, “어 Allach”, 이어지는 아이의 단답에 아무 대꾸를 하지 못했다. 더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을 걸까? 아이는 쭈뼛 쭈뼛 대었다. 괜히 잡아 두고 있는 걸 아닐까란 생각에 “그럼 엄마 잘 기다리고,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또 와 알겠지?”,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린 지 10분이 지났을까? 아이가 다시 왔다. “나랑 같이 엄마 찾아 주지 않을래?”, “어 그래, 같이 찾아보자, 혹시 엄마 핸드폰 번호 알아?”, “아니, 몰라, 대신 내 집 주소는 알아, 불라 불라 불라~~,” 한치 막힘 없이 빠르게 나오는 말에 하나도 알아먹지는 못했다. 일단 알겠다고 말하고, 난 해먹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준인데. 너 이름은 머니” ,”막시 밀리안”, “오! 막시밀리안, 엄마랑 여기 올 때 어떻게 왔어? 걸어서 왔어?”, “어” , 해먹과 책을 가방에 다시 집어넣고 내 자전거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 자전거 있는데 같이 타고 엄마 찾아볼까?”, “아니 그냥 걸어서 갈래”. 막시밀리안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10m는 걸었을까 멀리서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엄마와 엄마 친구분 그리고 자기 친구를 발견하고 뒤돌아 보지 않고 곧장 달려갔다. 엄마를 꼭 껴안고,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엄마는 고맙다고 손짓을 했다. 아이 엄마에게 다가가 몇 마디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손들 흔들며 답변을 하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막시가 용감하게 나에게 와서 도움을 청한 게 멋있었다. 도와줄 수 있어서 기뻤고, 엄마를 다시 찾고 달려가는 아이를 보며 행복했다. 그와 동시에 마음 한 구석이 갑자기 허해졌다. 딱히 계획도 없던 나는 다하우 언덕으로 가서 한 시간 넘게 눈 덮인 알프스를 바라보았다. 이런 기분일 때마다 알프스를 보며 멍을 때리면 조금은 나이 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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