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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Nov 17. 2023

내겐 너무 멋진 당신

소설가  카인 레코드(Khanh Record)

오늘의 인터뷰는 카인 레코드(Khanh Record).


우리는 라오스에서 만났다. 비엔티엔 국제학교 한국어 문학교사 첫날. 교무실 문을 열고 인사하는 게 가장 먼저 말 걸어준 그녀. 2012년 당시 그녀는 베트남어 문학선생님이었다. 영국인 남편과 결혼해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생활하는 그녀는 베트남에서 소설을 낸 작가이자 번역가다.  


라오스에 있을 때는 육아로, 한국에 돌아와서는 아이들 교육문제로, 고민이 있을 때마다 그녀에게 연락하곤 한다. 신기한 건 언제나 명쾌한 답이 돌아온다는 것. 풍부한 해외경험 덕분인지 유연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가진 카인.  오랜만에 연락해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도 흔쾌히 답을 주고 메일을 보내준 쿨한 사람.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 살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인터뷰는 메일을 주고받은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part 1.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남팁: 안녕하세요! 제가 연락할 때마다 늘 묻는 질문이죠. 지금은 어느 나라에 있는지^^

3~4년마다 이사를 다니면서 지낸 지 꽤 오래됐죠?


카인: 남편 직장 덕분에 결혼을 하면서부터는 계속 그랬죠.  남편 리처드는 세계은행에서 경제학자로 일하고 있어서, 대부분 3~4년마다 개발도상국, 혹은 연구가 필요한 나라로 발령을 받게 됩니다.  

지금까지 영국, 라오스, 말레이시아, 말라위에서 살았고, 지금은 빈에서 살고 있죠.


남팁: 빈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카인: 오스트리아는 스키 타기에 정말 좋아요.  1월과 2월에 눈이 많이 내려요. 그래서 항상 겨울에 스키 휴가를 떠나곤 해요. 물론 크리스마스도 빈에서 매우 중요해요. 11월 두 번째 주부터 도시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기 시작하기 합니다. 춥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친구들과 만나 크리스마스 상점을 구경하고 글루바인을 마시며 즐기곤 합니다.


남팁: 지금까지 살았던 나라 중에 인상 깊었던 나라가 있나요?


카인: 아이들이 2세 미만이었을 때 라오스가 정말 완벽한 곳이었어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었고, 라오스의 외국인 커뮤니티도 크게 형성되어 있었죠. 라오스는 개발도상 국가여서 많은 원조 기관들이 있어요. 주변의 친구들이 대부분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과 마음가짐을 가진 친구들을 만드는 것도 쉬웠어요. 동갑 아이들이 있는 친구들과 자주 놀러 다니곤 했습니다. 저는 집에서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라오어를 배웠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보안 상의 이유로 경비원이 제공되곤 했어요.     


남팁: 말라위는 한국에서는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 독자들이 궁금할 것 같아요.


카인: 말라위는 날씨가 정말 좋은 곳이에요. 아이들이 커질 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7세쯤 이사를 했습니다.  가능한 모든 스포츠 활동에 등록했어요.  말라위의 수도, Lilongwe, 에는 레스토랑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집에서 파티를 즐겼습니다. 외국인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각자 가져와 먹으며 함께 브런치를 즐겼어요. 영화관이 없었기 때문에 매주 영화나 게임의 날을 가졌습니다.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사파리 여행이 매우 인기 있습니다. 주말에 도시를 떠나 몇 시간 동안 숲으로 들어가 머물면서 이른 아침에는 집라인을 타고, 치타, 코뿔소, 악어, 하마 및 다양한 종류의 동물도 봤어요. 사슴과 멧돼지 등 큰 동물을 보기 위해 자전거로 사파리 투어를 다니곤 했습니다.     


part 2. 작가로 살아가기


남팁: 이렇게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 작가로서 큰 영감을 받을 것 같아요.


카인: 그렇죠. 작가가 되는 건 언제나 제 꿈이었어요. 글쓰기는 저에게 열정을 주는 작업이에요. 작가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죠. 번역을 많이 하다 보니 언제부턴가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서 쓴 소설이 남편과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내용이에요.


남팁: 너무 낭만적이네요. 번역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카인: 베트남에서 번역가로 일을 시작했어요. 제 작업은 모국어인 베트남어 그리고 영어와 프랑스어로 이뤄집니다. 주로 베트남의 여성 출판사를 대표하여 영어 출판사의 저작권을 구입하여 번역하는 일을 했어요. 주로 어린이 도서와 양육에 관한 책들이었죠. 더불어 Roald Dahl, Francesca Simon, Thomas the Tank Engine 시리즈와 같은 영어권 작가들을 베트남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Usbourne 출판사나 DK 출판사의 다양한 책들도 번역했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베트남에 소개하고 싶고, 소설도 쓸 계획입니다.

화면에서 왼쪽이 카인의 소설, 오른쪽은 번역한 책들

part3. 가족


남팁: 해외에서 오래 살면 외롭지 않나요?


카인: 해외에서 살면서 외로운 경험이 전혀 없어요. 제가 워낙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고, 무엇보다 가족들 덕분인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게 즐거워요.


남팁: 항상 1순위가 가족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최근에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고 했죠?


카인: 수업을 받는 건 해외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큰 장점이기도 해요.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 출신의 피아노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했어요. 전쟁이 발발하면서 선생님께서 오스트리아로 도망 와야 했고,  그때 만났어요. 아이들 레슨을 부탁했었는데 선생님의 연주를 듣고 저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이제 1년 동안 배우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온라인으로 레슨을 할 수 있는 자격증도 따려고 계획 중입니다.


part 3. 하고 싶은 말


남팁: 제가 항상 조언을 구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카인: 한국 생활을 즐기다가 언젠가 다시 코이카를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활동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큰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또 다른 꿈을 꾸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 때문에 바쁘다고 피아노 연습하는 걸 놓지 말아요. 라오스에서 당신이 첫 아이를 낳았을 때가 기억나는데요. 아이 키우느라  좋아하는 피아노를 거의 못 치는 걸 봤어요. 계속 피아노 치세요. 우리 나중에 만날 때 다 같이 아이들과 공연해요. 아이들은 금방 커서 그들의 삶을 살아갈 거예요,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요!


남팁: 고마워요.  카인도 음악을 정말 좋아하잖아요. 혹시 요즘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카인: 오스트리아 빈은 가을과 겨울이 반반씩 섞여 있는 날씨예요. 남팁이 알다시피 전 조금 멜랑콜리하고 몽환적인 것을 듣는 것을 좋아해요. 요즘 듣고 있는 건 Einaudi의 'The Crane Dance'인데, 아름다운 피아노 곡이에요. Lord Huron의 'I Lied'도 좋고요. 그리고 Leonard Cohen의 노래는 항상 듣고 있어요.


남팁: 인터뷰 고마워요.


카인: Good bye!



카인의 추천곡들

The Crane Dance


I 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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