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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Jan 24. 2024

행담도의 추억

소금 같은 눈발은 며칠 전부터 날렸는데 비가 되거나 내리다 말았다. 오늘도 비슷했다. 하늘은 맑고 햇빛이 비추는데 눈이 내린다며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영하 13도라며 어제부터 강추위가 몰려온다는 걸 미리 알고 있어서인지 추운 날씨가 해를 이겼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산에 다녀왔다. 여행을 간 건 아니고 꽤 오래전에 신청한 겨울캠프에 대기자로 있다 빈자리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고 큰애를 데려다주러 가는 길이었다. 남편도 바람 쐴 겸 반차를 내고 운전대를 잡았다. 한놈이 캠프를 갔으니 한놈만 남았구나. 반쯤은 자유로운 4박 5일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이를 캠프 장소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 조수석에서 간식을 먹으며 졸았다 깨다 하는데, 창밖으로 스치는 바람소리가 심상치 않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정표를 보니 행담도다. 분명 조금 전까지 날씨가 맑았는데 여기서부턴 아니다. 사실 서산으로 가는 길에도 행담도를 기점으로 잠시 눈보라가 몰아치다 고속도로를 벗어나서부터는 맑아져서 의아하긴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마주한 행담도는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근처에 들어서자 기다린 것처럼 하늘은 잿빛이 됐다. 서해안 고속도로에 안개가 끼면 다니기 무섭다는 얘기는 간간히 들은 적이 있는데 궂은 날씨에 길을 다녀본 건 처음이다. 낮게 안개가 깔리고 눈발은 점점 굵어졌다. 예전에 비행기 터뷸런스를 심하게 겪은 이후로 겁이 많아지긴 했지만 자동차를 타면서 비슷한 공포를 느낀 건 처음인 듯하다. 마치 누군가 나를 겁주기 위해 이 모든 상황을 만든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거북이 속도로 흡사 공포영화 세트장 같았던 행담도 주변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서서히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면서 눈발은 약해지고 다시 해가 비췄다. 놀리는 건가. 방금 전까지 회색빛이었던 하늘이 개인 것을 보며 믿기지 않아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집에 와 물 한잔을 마시고 마룻바닥에 철퍼덕 앉았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한참을 혼자 낄낄거렸다. 그게 뭐라고 주먹까지 쥐고 바들바들 떨었나 싶었다. 뭔가 얼큰한 걸 먹고 속을 풀까 하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불현듯 깨어보니 둘째 데리러 갈 시간이다.


다시 차를 몰고 주차장을 나오는데 소금 같은 눈이 또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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