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보고 싶은 머리 스타일이 있나요? 저는 늘 꿈꾸던 게 하나 있습니다만......
안 한 게 아니라 좀 시기를 놓쳤다. 중고등학교 때는 단발머리를 해야 했으니 당연히 하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패션보다는 술에 심취했더랬다. 잔디밭에 앉아 온갖 술을 맛보느라 밤을 새워 열심을 다했다. 그러던 중 한 후배가 들어왔는데 레개머리를 하고 입학을 했다. 눈이 번쩍 뜨였다. 맞아. 내가 잊고 있었던 마음속의 어떤 욕망! 바로 정성껏 꼬고 꼬아서 달랑달랑 거리는 레개머리. 한동안 그 후배머리를 매만지며 할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는 우선 그 머리를 하려면 홍대에 가야 했고, 그 시간에 술을 먹고 말지라는 결론 때문이었다.
그런데 애 둘을 낳고 둘째가 3살쯤 됐나. 더 늦기 전에 나는 레개의 세계로 입문을 해야 한다는 큰 결심을 하고 동네 미용실을 갔다. 미리 준비해 둔 사진들을 죽 보여드리고 나는 조금 가늘게 딴 스타일을 하고 싶고 이왕이면 핑크색으로 먼저 군데군데 염색을 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그때 그 미용실 언니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는 이유는 내가 준비한 사진들을 너무나 열심히 봐주었고, 염색컬러표까지 가져와서 일일이 다 설명해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날 평범한 파마를 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출산 후에 이미 탈모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레개머리는 머리를 세 개 잡아당겨서 땋기 때문에 머리를 땋고 푸르고 염색까지 하는 순간 나는 군데군데 동전만 한 구멍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그날 나는 아마 종류별로 술을 사서 먹고 꽐라가 되어 R&B음악을 틀어 재끼고 힙합을 들으며 랩을 했다. 왜! 애 둘을 낳고 흑형들의 머리를 할 생각을 했을까. 왜! 결혼전이나 아직 애들이 없던 때 아무 생각 없이 살았을까.
I have a dream. 하지만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분명 어딘가 임신과 출산을 두 번 겪은 아줌마에게 은혜를 베풀어줄 미용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머리를 예쁘게 하고 나면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뉴욕. 패션의 중심지 뉴욕에 가서 나도 청바지를 질질끌고 탱크탑을 입고 위키드의 주인공인 엘파바처럼 긴 손톱을 붙이고 흐느적거리며 거리를 누비고 싶다.
그래서 요즘 나는 탈모샴푸로 열심히 두피관리중이다.
소울 넘치는 미래를 위해
베이베~!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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