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날 때마다 누워있어요. 당신도 누워있는 걸 좋아하나요?
24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20간쯤 침대 속에 있다가 2시간은 산책을 하고 2시간은 앉아있을 것이다. 지구 어딘가에는 나 같은 종류의 인간이 꽤 될 수도 있다고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하루를 내 시간표대로 함께 하실 분! 하고 모집을 하고 싶다.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누워있을 이불이나 소파, 침대를 가지고 온다. 그리고 막 해동시킨 흐물흐물한 오징어의 모습으로 여기저기 누워있으면 내가 마이크를 들고 말한다. 자자, 벌써 스무 시간이나 지났습니다. 이제 일어나세요. 산책할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누워 있는 것만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걷는 것도 좋아하니까요.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나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을 신고 문밖으로 나간다.
좋아하는 길을 정해 마음껏 바깥세상을 누리고 온 후 마지막 2시간은 앉아서 각자의 일을 하고는 헤어진다.
나는 매우 단순한 하루가 필요하다. 누군가 그랬는데 -항상 그 누군가가 생각이 나질 않지만- 어쨌든 누군가가 말했다. 바쁜 건 죄악이라고. 자신을 돌보고 타인을 살필 시간이 없이 살아가는 것을 꼬집은 말이다. 흠... 그 누군가 씨는 어쩜 그렇게 맞는 말만 골라서 하셨는지.
현실세계에서 20시간 정도로 누워있을 일은 거의 주어지지 않지만 몇 달 전 주말에 나는 오롯이 혼자 집에 있을 24시간을 얻었었다. 그래서 정말로 거의 20시간을 침대에서 보냈는데 그렇다고 잠을 잔 건 아니다. 물론 잠을 잤지만 곯아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나는 누워서 가장 편한 자세로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는 밀린 영화를 보고 또 보았다. 영화 보는 게 질릴 때쯤 돌아누워서 책을 펼쳤다. 확실히 책은 영화보다는 속도가 느려 한 권 반 정도를 읽었다. 그리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짝 졸았다. 누워서도 졸 수 있다. 아무렴. 졸았지만 코는 골았기 때문에 그 소리에 벌떡 깨어 이번엔 정면으로 누웠다. 천장을 보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방금 읽은 책을 연극으로 만든다면 어떨지 생각을 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는 내내 나는 무대를 세우고 배우들에게 옷을 입히고 옷을 입은 배우들이 시를 읊는 모습을 떠올렸다. 무대엔 두 마리 새가 필요하다. 그 새들은 어디에 둘지 어떤 새장이 좋을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그리곤 하얀 무대 중간에 원형으로 돌아가는 무빙스테이지를 만들어 꿈꾸듯 말하는 독백신을 완성했다.
누워있는 그 시간에 나는 영혼을 채웠지만 위장은 비웠으므로 결국 일어나 호밀빵을 구워 한 입 두 입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나를 충분히 살폈으므로 타인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Brunch Book
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