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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Nov 27. 2024

I have a dream

꼭 해보고 싶은 머리 스타일이 있나요? 저는 늘 꿈꾸던 게 하나 있습니다만......


안 한 게 아니라 좀 시기를 놓쳤다. 중고등학교 때는 단발머리를 해야 했으니 당연히 하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패션보다는 술에 심취했더랬다. 잔디밭에 앉아 온갖 술을 맛보느라 밤을 새워 열심을 다했다. 그러던 중 한 후배가 들어왔는데 레개머리를 하고 입학을 했다. 눈이 번쩍 뜨였다. 맞아. 내가 잊고 있었던 마음속의 어떤 욕망! 바로 정성껏 꼬고 꼬아서 달랑달랑 거리는 레개머리. 한동안 후배머리를 매만지며 할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는 우선 머리를 하려면 홍대에 가야 했고, 시간에 술을 먹고 말지라는 결론 때문이었다.


그런데 애 둘을 낳고 둘째가 3살쯤 됐나. 더 늦기 전에 나는 레개의 세계로 입문을 해야 한다는 큰 결심을 하고 동네 미용실을 갔다. 미리 준비해 둔 사진들을 죽 보여드리고 나는 조금 가늘게 딴 스타일을 하고 싶고 이왕이면 핑크색으로 먼저 군데군데 염색을 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그때 미용실 언니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는 이유는 내가 준비한 사진들을 너무나 열심히 봐주었고, 염색컬러표까지 가져와서 일일이 설명해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날 평범한 파마를 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출산 후에 이미 탈모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레개머리는 머리를 세 개 잡아당겨서 땋기 때문에 머리를 땋고 푸르고 염색까지 하는 순간 나는 군데군데 동전만 한 구멍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그날 나는 아마 종류별로 술을 사서 먹고 꽐라가 되어 R&B음악을 틀어 재끼고 힙합을 들으며 랩을 했다. 왜! 애 둘을 낳고 흑형들의 머리를 할 생각을 했을까. 왜! 결혼전이나 아직 애들이 없던 때 아무 생각 없이 살았을까.


I have a dream. 하지만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분명 어딘가 임신과 출산을 두 번 겪은 아줌마에게 은혜를 베풀어줄 미용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머리를 예쁘게 하고 나면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뉴욕. 패션의 중심지 뉴욕에 가서 나도 청바지를 질질끌고 탱크탑을 입고 위키드의 주인공인 엘파바처럼 긴 손톱을 붙이고 흐느적거리며 거리를 누비고 싶다.


그래서 요즘 나는 탈모샴푸로 열심히 두피관리중이다.  

소울 넘치는 미래를 위해

베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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