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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Dec 09. 2024

난 한놈만 팬다

좀 꼴통같은 면이 있습니다. 좋아하면 직진이에요.


사랑얘기 할 법도 한데 오늘은 국밥얘기다.


대학교 4학년. 사람이 이렇게 놀 수가 있나 정도로 3년을 놀고도 놀고 싶어 휴학까지 한 뒤 복학을 했다. 당연히 성적은 바닥이었고, 점수로는 안 되겠다 싶어 렌즈를 빼고 뱅뱅이 안경까지 다시 써가며 열심히 공부를 적이 있었다. 우리 학교는 후문 술집이 매우 유명한 곳이었는데 복학을 하고 나니 정문에 대대적인 공사가 거의 끝났는데 홈플러스가 생겼다. 사실 후문 식당이 값이 싸서 홈플러스에서 뭘 먹어볼 생각은 못했는데 친구가 푸드코트에 기가 막힌 곳이 있다고 해서 이끌려 간 곳이 바로 굴국밥 집이었다.


굴도 좋아하고 국밥도 좋아하는데 굴국밥이라니! 처음 들어본 음식이지만 이미 내 위장은 굴국밥을 소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었고, 뚝배기에 보글보글 담겨있는 굴국밥을 보자마자 난 사랑에 빠졌다.

그리하여 그날부터 점심, 저녁을 홈플러스 굴국밥 집에서 해결하기 시작했는데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 오묘한 감칠맛이란! 고춧가루를 뿌려먹으면 얼큰하고, 식초를 살짝 뿌리면 개운하기도 했다. 밥을 말아먹으면 걸쭉해지고, 밥 따로 국 따로 먹으면 깔끔했다.


그렇게 쌀쌀한 초봄. 3월에 복학해 앞뒤 안 보고 한놈만 패는 동안 정신을 차려보니 벚꽃이 날리는 4월이 되어 있었다. 친구들은 내가 말만 해도 굴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손사래를 치며 커피를 손에 쥐어 줬고, 봄비가 내려 벚꽃이 다 지고 나무에 초록잎만 남았을 땐 얼굴이 굴처럼 회색빛으로 변한 것 같다며 나를 잡고 이리저리 보며 피부를 살펴주기도 했다.


급기야 나를 푸드코트로 처음 데려간 친구는 진지하게 물어왔다.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고 말이다. 굴국밥에 이렇게까지 심취한 이유가 뭔지 정말 심각하게 궁금해했다. 친구가 어떤 대답을 상상하며 물어왔을지 이제야 되짚어 보면 뭐 이런 것 아닐까. 내게 굴에 대한 추억이 있다던가, 혹은 국밥을 먹다 시련을 당했다던가 하는 이런 것들 말이다.


질문을 받은 것도 사실 국밥앞에서 입맛을 다시며 오늘은 어떻게 이 굴국밥을 맛있게 먹을지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그땐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했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내가 굴국밥을 오랫동안 많이 먹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냥 맛있어서 계속 간 게 한 달이 넘었던 거였는데 너무 진지하게 물어오는 친구를 보며 나는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걸 수도 있다.


오늘 퇴근하는 길에 근처 굴국밥집 간판을 보며 그 친구에게 꼭 말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써본다.


"그냥 굴국밥이 맛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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