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꼴통같은 면이 있습니다. 좋아하면 직진이에요.
사랑얘기 할 법도 한데 오늘은 국밥얘기다.
대학교 4학년. 사람이 이렇게 놀 수가 있나 할 정도로 3년을 놀고도 또 놀고 싶어 휴학까지 한 뒤 복학을 했다. 당연히 성적은 바닥이었고, 이 점수로는 안 되겠다 싶어 렌즈를 빼고 뱅뱅이 안경까지 다시 써가며 열심히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학교는 후문 술집이 매우 유명한 곳이었는데 복학을 하고 나니 정문에 대대적인 공사가 거의 끝났는데 홈플러스가 생겼다. 사실 후문 식당이 값이 싸서 홈플러스에서 뭘 먹어볼 생각은 못했는데 친구가 푸드코트에 기가 막힌 곳이 있다고 해서 이끌려 간 곳이 바로 굴국밥 집이었다.
굴도 좋아하고 국밥도 좋아하는데 굴국밥이라니! 처음 들어본 음식이지만 이미 내 위장은 굴국밥을 소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었고, 뚝배기에 보글보글 담겨있는 굴국밥을 보자마자 난 사랑에 빠졌다.
그리하여 그날부터 점심, 저녁을 홈플러스 굴국밥 집에서 해결하기 시작했는데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 오묘한 감칠맛이란! 고춧가루를 뿌려먹으면 얼큰하고, 식초를 살짝 뿌리면 개운하기도 했다. 밥을 말아먹으면 걸쭉해지고, 밥 따로 국 따로 먹으면 깔끔했다.
그렇게 쌀쌀한 초봄. 3월에 복학해 앞뒤 안 보고 한놈만 패는 동안 정신을 차려보니 벚꽃이 날리는 4월이 되어 있었다. 친구들은 내가 말만 해도 굴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손사래를 치며 커피를 손에 쥐어 줬고, 봄비가 내려 벚꽃이 다 지고 나무에 초록잎만 남았을 땐 얼굴이 굴처럼 회색빛으로 변한 것 같다며 나를 잡고 이리저리 보며 피부를 살펴주기도 했다.
급기야 나를 푸드코트로 처음 데려간 친구는 진지하게 물어왔다.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고 말이다. 굴국밥에 이렇게까지 심취한 이유가 뭔지 정말 심각하게 궁금해했다. 친구가 어떤 대답을 상상하며 물어왔을지 이제야 되짚어 보면 뭐 이런 것 아닐까. 내게 굴에 대한 추억이 있다던가, 혹은 국밥을 먹다 시련을 당했다던가 하는 이런 것들 말이다.
그 질문을 받은 것도 사실 국밥앞에서 입맛을 다시며 오늘은 어떻게 이 굴국밥을 맛있게 먹을지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그땐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했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내가 굴국밥을 오랫동안 많이 먹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냥 맛있어서 계속 간 게 한 달이 넘었던 거였는데 너무 진지하게 물어오는 친구를 보며 나는 그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걸 수도 있다.
오늘 퇴근하는 길에 근처 굴국밥집 간판을 보며 그 친구에게 꼭 말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써본다.
"그냥 굴국밥이 맛있었어!"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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