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장 바이올린 리사이틀 다녀왔어요.
열 살 즈음. 주말 아침이었을까. 늦잠 자던 귀에 생전 처음 듣는 바이올린 연주가 들려왔다. 부모님이 틀어놓은 교육방송이었던 것 같은데 쿵 하고 울림을 주었던 바이올린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첼리스트 장한나와 함께 혜성처럼 등장해서 삽시간에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이 언니들 덕분에 눈과 귀가 호강하던 시절이 계속됐다.
비슷한 또래라 그런지 나이를 같이 먹어가는 것도 재미있고 음악의 깊이가 달라지는 걸 보는 호사를 누렸다.
문제는 연주회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국내협연은 매번 직관을 실패했고 그렇게 사라장의 공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눈물을 머금고 포스터 앞에서 사진만 하염없이 찍었다.
그런데 이번엔 표를 오픈하는 날 일하느라 시간을 놓쳐서 좋은 자리를 눈앞에서 다른 이들에게 주고 잊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저께 혹시나 해서 다시 앱을 들어가 보니 오른쪽 2층에 몇 자리 남아있는 게 아닌가!
오 하느님!
4자리를 확보하고 드디어 난 오늘 아이들과 친정엄마와 함께 사라장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늘 앨범으로만 들어왔던 연주이지만 직접 내 눈앞에서 사라장의 연주를 듣다니. 내 마음속 1등 바이올리니스트는 더욱 우아해졌고 여유로워졌다.
계속 현역으로 연주자의 길을 가고 있는 것도 고맙다.
커튼콜에서 보여주는 사라장 특유의 무릎인사를 보니 저절로 기립을 할 수밖에. 기품이 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오늘밤엔 친필 사인 LP를 무한반복해야겠다.
Brunch Book
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