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의 그가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릴 때

가을 은행잎의 추억

by 준샤인

제가 결혼하고 나서야 이상형을 만났다고 했지요?

결혼하고 나서야 이상형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제 이상형의 그는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리는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가을날,

그 현장을 목격하고야 말았지요.


때는 2년 전 2018년 10월 20일.

파란 하늘과 붉은 단풍으로 멋지게 물든 남이섬에서였습니다.


제가 화장실에 가 있었고, 아이와 아빠가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는데, 문득 아이가 멈춰 서서는 한 아이에게 시선이 뺏긴 채 서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친구 곁을 맴돌더랍니다.


빨간 겉옷을 입었고, 눈이 크고 예쁜 아이였다고 해요. 한참을 바라보더니 아이가 아빠에게 말합니다.


아들: "아빠, 엄마 찾으러 가"


아빠를 자꾸 멀리 보내려고 하더니 그러고는 이렇게 수줍게 곱디 고운 손으로 노란 은행잎을 살포시 건넸다고 해요.


아빠가 몰래 동영상을 찍어서 저에게 보여줬었답니다.


이런 고급 스킬은 대체 어디서 배운 것일까요?


이때가 제 이상형인 아들이 3살이었던 때입니다.(두 돌이 막 지난 30개월 즈음)

그리고 제 아들은 아빠가 튼 JTBC 뉴스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보는 동안 내내 살인미소를 날리며 보곤 했죠. 바로 안나경 앵커에 반해서랍니다.


어린이집에서도 눈이 크고 서구적으로 생긴 윗반 누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반했다고 선생님들이 제보가 있었지요. 아무 누나나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덧붙이면서요.


질투가 나냐고요?

솔직히 말해서 전혀요... 제 이상형이긴 하지만 아들에게 집착하는 건 아니라서요.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아들 가진 친구는 속상하지 않냐고 묻는데 저는 그저 귀엽고 신기하더라고요.


5세인 지금은 오히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는 건지 엄마를 신경 쓰는 건지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금사빠 같은 모습은 못 봤네요.


대신 아들은 꾸준히 얘기해줍니다.

“엄마가 일등으로 제일 예뻐!”


이렇게 자상하고 항상 말로 표현해주니 제 아들이 이상형일 수밖에요.


아들아 오늘도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사랑을 아는 멋진 아이로 커가렴.

사랑하는 일은 위대하고 경이로우니 온 맘과 온 몸으로 사랑해라
네 여자라면 모둘 걸어라 아깝지 않다.
Dear son, 이승환


2018.10.20의 추억 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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