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장난감 밀당 전쟁
유아 장난감과 관련해서 많은 부모님들이 한 번쯤 고민해보셨을 것 같은데요, 아이에게 장난감은 사주는 것이 좋을까요?
저희는 보통의 맞벌이 부모이고, 아이에게 장난감 사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에게도 선물이 주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다만 저희 부부는, 장난감은 원할 때마다 살 수 있는 게 아닌, 적당한 자기 통제를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장난감 사주기 vs 안 사주기
제 친구의 딸은 발도르프 유치원을 다녔는데 엄마가 그 철학에 맞게 알록달록 다양한 캐릭터 장난감은 거의 노출하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키웠더라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노는 그 잠깐의 찰나. 달콤하지 않나요. 저 또한 그랬고요. 하지만 장난감을 사주면 잠깐 새로운 것에 흥미를 가질 뿐, 지나치게 많은 장난감은 필요하지 않지요.
한때 본인 맘에 들지 않으면 밖에서도 드러눕고 떼쓰고 우는 시기도 있었기에, 곧 들이닥칠 것만 같은 장난감 밀당 전쟁을 예상하고 원칙을 정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저는 장난감과 관련해서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아래의 3가지 방법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1. 장난감 코너를 모르게 하기
2. 캐릭터 노출 최소화하기
3. 장난감 사는 날 약속하기
+ 가끔의 예외 두기
: 장난감 고르는 기쁨을 선물하는 날
1. 장난감 코너를 모르게 하기
저희 집 가까이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대형마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장난감 코너에 갈 일이 없었고, 일부로 가지 않았습니다. 명절 때 어른들이 사줄 때 빼고 아이는 그런 장소가 있다는 것을 거의 모르고 자랐습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장난감 코너를 지나갈 때 사달라고 떼쓴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쩔 수가 없어서 사준 적이 있으나 요구한 장난감이 아닌, 음료수나 과자 등을 택하게 끔 유도했었죠. 집에 있던 자동차 장난감이었기도 했고, 아무 때나 장난감을 다 살 수 있는 게 아님을 알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아이가 4살인 작년 여름, 백화점에서 제 친구 아이와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장난감 코너 앞을 지나가며 흥분하며 달려가, 저도 모르게 달라진 억양으로 "아들~! 하고 불렀죠. 그랬더니...
아들: "엄마! 나 이거 구경만 하는 거야~"
조금 짠한가요? 구경만 한다고 그 앞을 서성이며 전시된 장난감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아들을 보며 미안하기도 했지만 사달라고 떼쓰지 않았습니다.
2. 캐릭터 노출 최소화하기
캐릭터를 많이 알면 알수록 아이는 실물로 갖고 싶어 합니다. 저는 아이와 외출 시 식당에서 스마트폰 안 보여주기는 성공했지만, 캐릭터 스티커를 많이 보여준 탓에 카봇의 굴레에 빠질 뻔했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이때도 사달라고 말할 때마다 약속한 날까지 기다리게 했었습니다.
초반에 스티커로 인해 여러 캐릭터를 보여주긴 했으나 나중에 영상물을 다양한 종류로 보여주지 않아서인지 카봇 외에는 강력하게 사달라고 하는 장난감은 없었습니다. 카봇도 올해 생일선물을 끝으로 더 이상 사지 않기로 약속했고요(지나치게 비싸고, 이미 많이 있습니다.).
3. 장난감 사는 날 약속하기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일 년 중 저희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는 날입니다. 설날과 추석 명절 때 어른들이 사주시는 건 굳이 막지 않았습니다. '장난감 사는 날 약속하기'가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화를 소개하자면,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고 약국에 가면 작은 캐릭터 장난감들에 눈이 휘둥그레지죠.
아들: "엄마, 이거 사고 싶어요."
엄마: "아들, 이건 약속하지 않았으니, 다음에 약속하고 와서 사자!"
물론 아쉬움 한가득 얼굴로 저를 쳐다보고 "잉!" 토라지기도 하지만, 제 원칙에 잘 따라줍니다. 하지만 올 초 A형 독감에 걸려 힘들어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에는 예외로 사주기도 했습니다. 저도 맘 약한 보통의 엄마라서요.
+ 가끔의 예외 두기
위의 경우처럼 약속한 날 이외에 당연히 부모의 자진 선물 납세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고르지 않고 엄마 아빠가 산 장난감도 한 트럭인 것 같긴 합니다. 블록, 자동차, 공룡, 원목 교구들 등 아이 장난감이 아이 방을 한 가득 채우고 있지요.
장난감 고르는 기쁨을 선물하는 날
이 세상엔 안 되는 게 없다, 즉 사고 싶은 걸 다 살 수 없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잡힌 것 같아서 저희 부부는 최근 장난감을 자진 납세하는 날을 공식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장난감을 고르는 것도 아이들의 큰 기쁨이잖아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직접 고르러 가기! 를 추가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의 생일이 4월, 어린이날이 5월이다 보니 크리스마스까지는 한참이라 아이에게 주는 소소한 이벤트라고 생각하면서요.
언젠가 레고를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작은 피스 관리와 늘어날 장난감을 생각하면 엄두가 안나 망설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이 아빠가 먼저 용산에 있는 '어린 왕자' 레고 매장에 가보자고 합니다. 처음 갔을 때는 발 빠르게 움직이며 '이거! 저거!' 합니다. 고르는 것 중 3가지 정도로 좁힌 후, 너무 어려운 것은 조금 더 생각해보자고 개입은 합니다만, 최종 선택은 아이가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4세용(쓰레기차)은 조금 간단해서 아이도 부분별로 맞추는 게 가능은 한데, 5세용(경찰차)은 확실히 어려워하더라고요. 여태까지 산 2개의 레고 자동차입니다. 만든 레고 차로 온갖 상상의 말들로 쫑알 종알 얘기하며 함께 놉니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고, 부모의 육아법도 그 모습이 다르기에, 저는 제 방법이 절대적으로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는 부모의 훈육에 잘 따라주다가도 다른 자아가 나와서 엄마 아빠를 당황시키는 것, 그게 육아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어떤 순간에, 어떤 형태로 그동안 지킨 원칙들이 와르르 무너질지 모르지요.
삶을 버라이어티 하게 만들어주는 아들, 엄마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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