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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준 Aug 14. 2021

부끄럽지만 내 꿈은 한량이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싶다.

창업을 하고 7년 가까이 주말에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쉰다는 의미는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모두 완벽하게 쉬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은 회사 일이지만 종종 자격증 공부, 강의 준비, 책 쓰기 등으로 맘 편히 쉬기가 힘들다.   


물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내가 일을 더 하는 만큼 영국에 있는 아이들이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기러기 아빠는 주말에도 일을 해야만 한다. 


그나마 이렇게 글을 쓰는 게 쉬는 것이다. 

업무 때문에 또는 책이나 원고 청탁으로 써야만 하는 글은 창작의 고통이 따르지만

내가 스스로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은 쉼표가 되고 리프레쉬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집안의 대소사나 아이 돌보기, 결혼식 참석 등을 하면서 평일보다 피곤한 주말을 보내는 사람도 많이 있다. 

주말에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 재테크를 위해 공부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사실 주말이라고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몸과 마음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

대단히 축복받는 사람이거나 별생각 없이 사는 사람  


요즘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나이가 들고 일이 많아질수록 더욱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거라곤 바닷가에 누워 위스키 한잔을 마시면서 망중한을 즐기는 것


문득 '한량'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옛날 어르신들이 자주 쓰시던 표현이었다.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 없이 편하게 먹고 노는 사람을 다소 부정적으로 말할 때 씌었던 거 같다.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다. 


한량 [명사]

1. [역사 ] 고려 말기ㆍ조선 초기에, 한량기로ㆍ한량품관ㆍ한량 자제 따위를 통틀어 이르던 말. 
2. [역사 ] 조선 후기에, 무과의 합격자로서 전직(前職)이 없던 사람.
3. [역사 ] 일정한 직사(職事)가 없이 놀고먹던 말단 양반 계층.


우리가 사용하는 한량의 의미는 아마도 3번에 해당될 것이다. 

한량이라는 단어가 다소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는데 생각해보면 한량만큼 되기 어려운 게 없다.

한량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래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

그래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다.

그래야 아무것도 안 해도 놀고먹을 수 있다.   



부끄럽지만 내 꿈은 한량이다. 


오늘의 삽입곡은 선우정아의 '뒹굴뒹굴'


강의 및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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