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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르르 Jul 17. 2020

생선뼈를 발라 먹던 부모의 마음

내가 그 부모가 되었네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닿지 않은 강원도 곳곳에 작고 이쁜 음식점이며, 카페들이 많다. 대형 컨테이너 두 개를 포개어 놓고 간이 의자 몇 개만 가져다 놔도 새롭고 이국적인 바이브의 카페가 탄생된다. 녹물이 흐른 자국마저 빈티지고, 불편해 보이는 듯한 테이블과 의자마저도 멋이다. 자고로 돈은 여자가 쓰는 법을 제대로 안다고 믿는다. 여성들을 유혹하는 그곳에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고, 남성의 감성으로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게 있다. 대부분 와이프가 추천한 맛집, 멋집으로 발길을 옮긴다. 


와이프의 추천 카페에 도착했다.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내 갈증이 유혹하지만, 늘 그래 왔듯이 와이프가 선호하는 메뉴로 두 가지 골랐다. 새롭게 보이는 메뉴는 '강원 소금 라테'와 흑설탕 트렌드의 다음 주자로 보이는 '달고나 라테'다. 소금 라테는 쌉쌀한 커피의 향과 보들보들한 우유를 느끼니 마지막 혀끝에 짭짤한 바다의 맛이 느껴진다. 눈앞에 펼쳐져있는 동해를 바라보며 먹으니 바다의 짠 향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달고나 라테는 옅은 갈색 속에서 달고나 가루들이 녹아내린다. 녹아내릴수록 더 달달해진다. 와이프의 입에는 소금 라테가 더 맞나 보다. 이제 달고나 라테는 내 차지다. 음식을 비롯한 모든 음료에 편식 없는 미각 유전자에 감사함을 보낸다. 맛있게 한잔 들이킨 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시원한 아메리카노도 한잔 먹고 싶었다고.' 


다음 목적지는 와이프의 추천 맛집이다. 앞이 툭 트여있었고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멋진 곳이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치킨과 프렌치프라이, 와이프가 좋아하는 베이컨 크림 파스타로 주문했다. 눅눅한 크림과 베이컨은 와이프의 입맛에 잘 맞는지 '음~맛있네' 하고 칭찬을 연신 해댔다. 윙과 봉만 덩그러니 튀겨져 나온 치킨은 딸아이의 입에 맞지 않았지, 하나를  먹다 말고 프렌치프라이만 먹었다. 남은 치킨은 모두 나의 몫이다. 기성품을 튀긴 모습에 기대하지 않았지만 뜬금없이 맛있는 반전의 맛을 보였다. 매콤하기도 하고, 짧짤 하기도 한 치킨이 나쁘지 않다. 맛있게 먹고 난 후 편식하지 않는 부모님의 유전자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표했다. 옆 테이블에서 맛있게 먹고 있는 파스타를 지켜보며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담백한 알리오 올리오도 먹고 싶었다고.' 

이것이 대체 무엇인고. 보자보자. 

즐거운 여행 후 숙소로 귀가해서 씻고 침대로 돌아왔다. 침대 머리맡에 앙상한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모양만 봐서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기 퇴치 스티커다. 와이프와 딸아이가 잘 침대 주위에 스티커를 붙이고 남은 가장자리를 내 엑스트라 침대 곁에 붙여 놓았다. 오묘한 기분이 들었고 부모님이 생각났다. 


부산의 밥상에 생선 구이는 김치만큼이나 익숙하다. 부모님은 항상 먹다 남은 생선의 뼈를 발라 드셨다. 아마 모든 집안의 부모들이 그러했으리라. '너희들은 생선 먹을지 참 모르네' 하시며 남은 뼈를 깨끗이 발라 드셨다. 부모님도 살이 통통한 생선 한 점의 맛을 모르셨을 리 없다. 자식 입에 들어가는 모습만 봐도 흐뭇한 부모의 마음임을 말해 뭐할까. 


가끔 내면의 어린 마음이 '나도 이거 먹고 싶어~' '나도 좋은 거 쓰고 싶어~'를 외친다. 그와 반대로 바라 보기만 해도 이쁜 딸아이와 와이프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성숙한 어른의 자아가 '바라 보기만 해도 즐겁구나' 하고 외친다. 내가 즐기는 것도 좋지만, 가족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봐도 행복하다. 두 딸을 가진 부모의 마음이 된 것 같다. 먹고 남은 음식이 아까워서 먹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꼭 예전 부모님의 모습이 생각난다. 무엇이 먹고 싶은지 물어만 보시던 부모님은 스스로 무엇이 '먹고' 싶고 무엇을 '하고'싶으셨을까. 부모가 되니 부모의 마음이 조금 이해된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하지만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숨길 수없나 보다. 

"아빠와 남편으로써 너희를 위한 마음은 조금만 이라도 알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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