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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Sep 22. 2022

이만하면 됐다!

불행을 찾아내는 것도 습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것 같지? 자기 연민, 그거 아주 몹쓸 병이야. 행복이 다가와도 불행만 파고들지."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최서영 지음)> 중에서


한국에서 아이들이 다니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보낸 이들은 자라서 객관적으로 행복한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불행만 찾아내느라 불행해져요." 책에서 봤던 문장과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어야 된다고.


나도 그랬다. 어떤 상황에서든 불행을 찾아내는데 선수다. 내가 최근에 쓰려고 했던 글들의 제목을 보니 모두 불만투성이다. 칠레에서의 생활은 점점 나아지고 있는데 불만은 줄어들지 않는다.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는 엄마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여기까지 가지고 와서 스스로 불행해했다. 아이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마다 내 인생을 탓했다.


오늘 기다리고 기다리던 인터넷이 집에 설치되었다. 인터넷이 설치되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인터넷 연결이 되자마자 나도 모르게 '그래, 이만하면 됐다!'는 말이 떠올랐다. 인터넷이 뭐라고. 하루 내내 쓰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마음이 넉넉해지고 편안해진 이 기분은 뭘까. 


칠레에서 내가 찾은 싸고 맛있는 라떼(2600페소= 약 3,900원), 이것이 행복!


지난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나는 내 일상이 뻔해서 지겹다고 적었다. 매일매일이 한 번도 똑같은 적이 없었는데. 도시락 반찬도 달랐고 학교 가기 전 아이들의 기분도 달랐다. 나는 불행만 찾아내느라 내 하루를 섬세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분명 좋았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인터넷도 들어왔으니 다시 쓰기로 했다. 내 하루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좋았던 것은 무엇인지, 싫었던 것은 왜 싫었는지 쓰면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매일이 정말 뻔하지 않다는 것을 쓰다 보면 알게 되겠지. 


매일이 하루치의 인생이라고. 오늘을 잘못 쓴 메모처럼 아무렇게나 구겨 휴지통에 버리지 말고, 잠들기 전 5분 만이라도 시간의 틈새를 펼쳐 들여다보라고. 평범한 일상이 평범하게 유지되기까지 내가 어떻게 애쓰고 있는지, 그런 나 자신이 얼마나 대견한 건지, 똑같다고 여긴 하루하루 속에 얼마나 다채로운 기쁨과 슬픔이 숨어 있는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김신지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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