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과 잘 지내고 싶어.

몸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30대까지는 예쁜 몸을 갖고 싶었다. 1년 365일 동안 다이어트 중이었다. 남들 눈에 예쁜 외모로 평가받고 싶었다. 그게 내가 나를 보는 기준이었다.


40대가 되니 '편안한 몸'을 갖고 싶다. 몸에 아무 통증이 없으면 좋겠다. 예쁘기까지 하면 좋겠지만 출산을 두 번이나 했고 나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깔끔하게 포기했다. 대신 건강하게 오래 같이 지낼 수 있는 몸이길 바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나는 화장을 하지 않는다. 마스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때쯤 나는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었다. 선택을 해야 했다. 이쁘게 보이는 것을 포기한다면 나는 편한 몸으로 사람들과 둥글게 둥글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스카라를 하지 않고 출근하는 나를 상상한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불편했지만 차츰 익숙해졌다. 나중에는 화장 안 한 내 모습도 나름 괜찮다는 생각까지 했다. 내 몸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무도 내 외모에 관심이 없다.


칠레에 와서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에서는 내가 족집게로 흰머리를 뽑았다. 노화에 저항했다. 칠레에 오자마자 스트레스가 많았다. 머리가 가렵더니 다음 날 거울을 보면 가려웠던 그 자리에 흰머리가 자라고 있었다. 뽑을 힘도 의지도 없어서 그냥 놔두었다. 지금은 흰머리가 풍년이다. 대신 머리숱은 줄었다. 머리숱은 줄고 흰머리는 늘고. 노화의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


한 달 전부터는 손목에 통증이 심해졌다.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면서 손목 통증이 생겼다. 병원에 가면 손목을 쓰지 않아야 된다고만 했다. 뼈에도 이상이 없었다. 남편이 사 준 손목 보호대도 소용이 없었다. 애 키우는 엄마가, 직장인이 손목을 안 쓰는 것은 불가능했다. 괜찮았다 아팠다를 반복하며 10년이 흘렀다.


KakaoTalk_20221027_225415534_02.jpg 늙더라도 곱게 늙기를...!


나는 손목 통증을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몸이 나에게 계속 말하고 있다고.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가만히 누워서 손목 통증을 느껴보았다. 손목에서 시작해서 팔꿈치로 나중에는 어깨까지 올라갔다. 내가 내 몸을 그동안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했다.


"그 정도 아픈 것 가지고 이래."

"참을 수 있어. 조금만 더 견뎌봐."

"아파도 할 건 해야지."


나는 손목이 아플 때마다 내 몸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몸에게만 이렇지 말하지 않았다. 더 더 더 열심히, 아파도 참고, 해야 할 일은 꼭 해야 된다고. 나는 나를 이렇게 대했다. 나를 다그치듯 몸도 다그쳤다.


몸에게 미안했다. 지난 10년 동안 손목이 고생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몸을 조심히 쓰는 법을 고민했다. 집안일을 할 때에도 움직일 때에도 조심하면서 몸이 놀라지 않게 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벌떡 일어나지 않기.

청소기를 돌릴 때 빨리 하고 끝내려는 생각 버리기.(빨리 하려고 하면 손목에 힘이 들어간다)

무거운 물건은 되도록 남편에게 들어달라고 부탁하기.

식재료를 썰 때는 천천히.


몸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나는 모든 것을 내가 다 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렸다. 남편에게 내 상황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다. 남편은 그동안 내가 말하지 않아서 몰랐던 거다. 남편은 이제 집안일도 같이 하려고 한다.


몸이 내게 말을 걸었듯이 나도 남에게 말을 걸어야겠다. 내가 지금 불편하다고. 내 몸은 노화가 진행 중이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내 몸을 지켜주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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