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어려운 조직문화 '만들기'
최근에 미국식 문화의 장점 위주로만 회사 문화를 세팅해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말뿐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앞서서 사내 구성원의 기저에 깔린 암묵적인 것들을 끌어내서
의식하고 공감해서 제대로 동작하는 '찐' 조직문화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긴 했다.
덕분에, 원격으로 일하며 느낀 부분으로 상상해서 진행했던 부분은 상당수 엎어버리고,
실제로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체감했던 부분을 가지고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조직문화 / 비전 구상을 진행하고 싶었는데, 시작은 항상 재밌지만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인 것 같다.
그 상황에서, 가까운 지인의 추천 및 아래의 서평을 읽고서, 이 책을 한번쯤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직문화 통찰』은 조직문화란 무엇이고, 우리나라 조직은 어떤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고,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를 뿌리까지 톺아보고 객관적 식견을 틔우는 데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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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통해서 읽어본 약 400p가 넘는 본문의 내용은,
글쓴 분이 인사를 전공한 후에 국내 유수의 대기업 인사실 (롯데, SK 그룹)에서 채용/조직 문화를 담당하면서 경험한 것들에 대해서 '왜?를 물어가면서 파고든 결과'를 훑어 볼 수 있었고, 결국에는 현재 조직 문화가 형성된 뿌리를 원 창업자의 기질과, 사업에서의 첫 실패, 첫 성공에서 비롯된 꽤나 잠재적인 부분에서의 근본 원인을 찾은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가장 마지막에 머물렀던 모 조직의 문화를 꽤나 높히 평가하셨던 것 같고
그 부분에서는 나도 개인적으로는 꽤나 공감하고 지지하는 바이나(2016-2018년에 경험한 바), 대신에 명확한 비판점도 존재해서 마냥 최고의 문화라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는 직접 발로 뛰면서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 들의 조직문화를 심층 연구하셨던 것으로 보인다. (정성 인터뷰 등) 다만, 실무 경험이 없는 입장에서 오로지 '인사/문화' 측면에서만 이를 알려고 한다면
아무래도 해당 기업의 때론 벼랑 끝 '절박한 어려움'에서 나온 선택이나,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한 결과' 등을 반영하지 못해서 온전한 형태로 해당 회사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한 것은 아니여서, 이분이 찾아낸 미국식 조직문화 형성 방정식은 '대체로 이렇다' 수준의 인터넷에 떠도는 현지 근무 IT 종사자들의 글을 모아서 합친 것 이하의 수준이었달까...?
또한, 국내 여러 기업의 HR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고 / 현재는 학계로 넘어가신 글쓴이 개인의 특성상
이 책은 문제를 재기하고, 근본 뿌리를 찾아내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는 만들지만, 답은 주지 못했다.
> 시간을 들여서 이 책을 읽은 사람이 진짜 얻기를 원하는 깊은 인사이트를 주지는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해서 이런 책이 출판되기 시작한건 긍정적으로 보이는데,
한 10년? 전의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는 한편으로는 연공서열식 일본식 조직문화를 보는 것도 같고, 한편으로는 불합리가 가득했는데 - 사회적 합의 혹은 직장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감내해야만 하는 불합리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때까진, 다른 대안이 없었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불합리함을 견뎠을 현직 구성원들도 지금은 세상이 바뀐걸 실감하고 더 나은 환경, 동료를 찾아서 쉽게 정보를 모으고, 합리적인 판단 아래 여러번의 이직을 하는것을 본다.
(과거 직장에서 '일잘러' 미들급, 시니어급 친구들을 보면, 5~6년 차에도 이미 2번 이상의 이직을 경험하더라)
아직은 일부 대기업의 부서 단위로 바뀌는 중이라 이 변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연히 느껴지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지만, 어쨌든 유연하고 변화 무쌍한 사회에 맞춰서 업무 방식과 조직 문화는 변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이 변화는 유연성과 판단력을 강점으로 보는 나에게는 시대적으로는 '성장과 발전에 유리한 상황과 기회의 장'으로 여겨진다.
다만 약간 입장이 바뀌어서, 나 자신의 성공보단 '팀'과 '회사'의 성공쪽으로 포커싱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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