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글썽이던 한 여대생이 백견(白犬)을 얼싸안으며 울부짖습니다. 이스탄불의 아시아 쪽에 자리한 예디테페 대학교 정문을 향해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왕복 7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는데, 화물을 한가득 싣고 빠르게 달려오는 트럭 운전수가 개를 발견하고 미친 듯이 경적을 울려댑니다. 중량이 무거운 차는 갑자기 제동하면 뒤집어질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개의 생명을 구하자고 운전수가 자기 목숨을 버려가며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개는 가까스로 트럭과의 충돌을 피했습니다. 뜀걸음이 한 박자만 늦었더라도... 정말 아찔했던 순간입니다. 짐승이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 걸 지도 다 아는 모양입니다. 인도로 건너와서도 깊은숨을 몰아쉬더라니까요. 그리고 저도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지 않게 되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여대생은 개의 머리에 자기 볼을 맞비비며 "이제 괜찮아. 괜찮아"라고 되뇌며 개를 진정시킵니다. 개는 축 늘어뜨렸던 꼬리를 다시 살랑살랑 흔들다가 여대생 품을 파고들며 재롱을 부립니다. 개의 귀를 살펴보니 칩이 달려있습니다.
그날 비명횡사(非命橫死)로 황천길 떠날 뻔했던 개는 튀르키예 전국에서 떠도는 약 4백만 마리나 되는 들개 중 하나입니다. 들개와 길고양이에 대한 기록이 오스만제국 시절부터 남아있을 정도니, 이들은 사람들과 꽤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왔습니다. 튀르키예를 여행하다 보면, 거리를 배회하는 개와 고양이들이 마실 물을 접시에 담아 내놓고 추위를 피할 보금자리를 집 앞에 마련해 놓은 터키인들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이곳저곳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터키인들은 이런 길거리 동물들을 이웃을 뜻하는 '콤슈(komşu)'로 지칭하면서 그들과 공존하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습니다.들개들이 광견병을 옮기고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한편 사람들을 공격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 동네에서 개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며 언성을 높입니다. 이들의 말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트럭 운전수가 개를 치지 않으려고 자기도 모르게 급제동하거나 운전대를 급히 틀었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지도 모르지요. 게다가어른보다 체구가 작아 들개들에게 만만하게 보이는 아이들이 개 물림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이에 튀르키예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들개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하여 2028년까지 들개 개체수를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고 7월 30일 국회가 이를 통과시켰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들개들을 포획하여 보호시설에 수용할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리고 공격성을 보이거나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병든 들개는 안락사되어야 합니다. 이는 인간이 모든 들개에 유죄(有罪)를 선고한 셈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두어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인간 중심주의에 치우친 처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야당과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러한 법령이 시행되면 들개들이 대량 살처분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보호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더 많은 들개가 시설에 입소하면 보호 환경이 나빠져 들개들이 전염병에 취약해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트럭에 치일 뻔했던 들개의 귀에 칩이 부착되어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자체들은 들개에게 백신을 접종하여 관리하고 중성화 작업을 실시하여 들개의 개체수 통제에 힘 쏟고 있습니다. 들개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는데 단순히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들개를 안락사시키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려우므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생태 중심주의적 관점에서 나온 정책이 이어져 왔던 겁니다.
이러한 법안은 들개와 고양이를 돌보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터키인들의 문화적 가치관에도 맞지 않아 상당한 국민적 저항이 예상됩니다. 특히, 3월 지방선거를 통해 주요 대도시 지자체를 장악한 야당은 법안을 이행하지 않겠다며 정부와의 대치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자칫 소모적인 정쟁(政爭)으로 번질 우려가 큽니다. 한편, 국내 입양으로 다 소화되지 못하는 들개들을 해외 입양 보내는 방안도 나오고 있으나 번거로운 검역 절차와 이송 비용 문제로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들개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하고, 사람과 들개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