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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문학]장맛으로 엔트로피와 같이 살기

Eat&It Dail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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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밥상에서 '장'이 한 번도 빠진 일은 없는 것 같다. 찌개의 된장, 표고버섯 조림의 간장이 있다. 다른 의미이지만 김치를 담가놓는 김장도 랩의 라임처럼 친숙하다. '장'은 아마도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냉장고가 없었던 시대 음식을 어떻게 오래 보관할 수 있을까, 우연히 호은 어렴풋이 알았을 방법에서 그 전통이 내려왔을 것이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을 잘 담그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것이 장은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것을 통칭하는데, 지금은 우리는 익숙하지 않지만 고기 드라이에이징같이 고기와 콩을 같이 발효시키는 것도 '장'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리고 콩의 원산지를 만주로 보는 것이 중론이라고 한다. 만주를 주무대로 살았던 사람들이 어쩌면 상상해 봤을 때, 몽골의 스텝 기후나 건조기후를 지날 때 음식을 오랫동안 먹기 위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유목민이 공통된 특징으로 보이는 함께 끓여먹는 국이 있는 것처럼. 밥을 하는 사람으로서 '장'이 들어간 음식이 있는 것은 편한 일이다.


밥을 준비하는 일은 대부분이 밥하고 국, 그리고 따뜻한 반찬 하나 있고 저장 음식을 꺼내서 먹으면 적어도 4첩 반상은 되는 것이니, 고민을 덜 수 있다. 며칠 전에 표고버섯을 싸게 팔길래 표고버섯 장을 하려고 마음먹었고, 표고버섯 장을 하고 남은 간장으로 다시 간장 장조림을 하고, 아래 나온 것처럼 등갈비 장조림도 했다. 다 그 장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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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는 간단하다. (종이컵 기준, 한 컵이 200ml)

표고버섯조림

1. 진간장 1컵, 물 2컵 - 필요에 따라서 조절 가능 - 맛술 반 컵, 설탕 반 컵, 매실액 50ml(1/4컵), 다진 마늘과 다진 파, 필요하면 다시마를 준비

2. 끓을 때쯤, 밑동을 자른 표고버섯을 넣고 조린다.

3. 한 소금 끓고 나서 약불로 줄인 다음에 5분 정도 조린 뒤에 꺼내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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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갈비 간장조림

1. 등갈비 핏물을 한 시간 정도 뺀다

2. 등갈비를 찬물에 넣고 된장 한 스푼, 기타 냄새 없앨 재료를 넣고 3분 정도 익히고 등갈비를 골라낸다

3. 등갈비와 무, 양파, 표고버섯을 냄비에 놓고, 표고버섯을 먹고 남은 간장을 붓고, 필요하면 물을 더 부은 뒤에 자작하게 만든 뒤에 끓인다. 한두 번 정도 뒤적이고 고기를 찔러봤을 때 익은 것 같으면 (청양) 고추와 파를 넣고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고 불을 끈다. 약 30분 정도를 조린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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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장조림

1. 표고버섯을 넣고 남은 간장을 냉장에 두거나 혹은 오염되었을 것이면 한 번 더 끓인다.

2. 계란 8개 정도를 찬물에 넣고 삶는다. 삶을 때 식초와 소금을 추가한다. 약 11분 정도 삶으면 약간 반숙기가 남아있는 계란이 된다.

3. 계란을 장에 넣고 하루 정도 지났을 때 꺼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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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 그득히 맛간장을 만들었더니 여간 반찬을 만드는데 편한 것이 아닌가. 장조림의 맛이야 갈수록 깊어지니, 아내와 나 둘이 먹는 밥상에 계란 두 개를 꺼내서 간장을 좀 부은 다음에, 계란을 가위로 3등분하고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돌리면 딱 좋다. 아내가 좋아하는 쇠고기 뭇국과 어머니가 주신 미나리 무침, 또 어머니의 김장김치, 어머니가 주신 된장에다가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기름, 설탕 조금 넣고 버무린 고추 된장무침도 올려놓는다. 금세 반찬이 가득하다.


발효와 부패의 사이는 종이 한 장일 수 있다. 햇고구마 몇 개를 사 와서 냉장고에 며칠 넣어놨더니 금세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 국을 끓여놓고 하루 정도 지났을 때 맛이 깊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조금만 더 지나면 상해서 먹을 수가 없다. 과일청을 만들 때도 설탕을 적당량 넣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 냉장고라는 아주 고 에너지를 활용해서 자연을 역행하는 기술이 도입되기 전에, 부패의 시간을 발효의 시간으로 바꾼 인간의 노력은 현대의 첨단기술보다 더욱 이로운 인간의 기술이었을지 모른다. 세탁기가 가져다준 효용이 인공지능보다 관연 작은가 고민을 해봐야 하고, 세탁기보다 바퀴가 가져다준 효용이 더 크지 않은가를 고민해보게 된다.


무엇이 상해간다는 것은 변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간의 몸을 똥주머니라고 부를 수도 있으며 가장 강력한 화학공장이 인간의 몸이기도 하다. 열역학 제2법칙에서는 모든 세계가 무질서도(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1970년대 환경운동이나 기후변화의 시작은 엔트로피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엔트로피를 단순히 온 우주의 무질서도 증가, 에너지 준위가 낮은 곳으로 가면서 에너지 무질서도의 증가로 쓸 수 없는 에너지의 증가라는 텍스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고 하거나 생분해성 소재를 개발하려는 과학기술의 원리는 엔트로피에 역행하고, 고 에너지, 긴 시간을 소요해야 무질서 - 부패와 발효 - 가 되는 인간의 결과물이 되도록 한다는 목적이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부패가 적지만 그것을 만들 때 자연물을 쓰고 화석에너지를 쓰는 정도가 상당하다. 석유를 자연에서부터 분별 증류해서 제품으로 만드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에너지 활용으로 봤을 때 현대의 인간은 지구에게 부패와 발효 중에 무엇을 선물하고 있는가? 자연을 변화시키지 않고 자연의 변화에 편승하고 화합했던 옛 기술들,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고 생각했던 잊힌 사유체계를 다시 발굴하고 들여다봐야 할 시간이 현대 인간에게 가장 당면한 과제인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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