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저수지, 늦가을이 머물던 오후

고요한 풍경 속, 멈춰 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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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저수지는 늘 고요한 곳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물 위를 비질하듯 스쳐 가는 바람, 그 위를 나란히 떠가는 오리 떼, 그리고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온 빛 한 줄기까지—모든 것이 잠시 멈춰 선 듯한 풍경이었다.


산책길 초입의 ‘행복해’라는 글자는 누군가의 소망이 아니라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햇살 뒤로 비치는 글자의 실루엣이 늦가을 공기 속에서 더 깊게 스며들었다.


떠나지 못한 계절의 마지막 고집

붉은 단풍은 아직 떠나지 못한 계절의 마지막 고집처럼 한자리에 불꽃처럼 서 있었다. 눈을 가까이 대면 잎맥 사이로 번지는 온기가 느껴질 것만 같았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행복

갈대숲 앞 벤치에는 말없이 풍경을 바라보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함께 앉아 같은 것을 바라보는 일, 그게 어쩌면 우리가 나이를 먹어가며 가장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걸음을 멈출 때 보이는 진실

오늘 반월저수지는 나에게 한 가지 진실을 가르쳐주었다. 행복은 크지 않고, 그저 잠시 걸음을 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


그 한 장면을 포착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사진을 남겼고, 그 풍경들은 어느새 내 안에서 작은 봄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2025년 11월 29일

- 신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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