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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Oct 22. 2023

코비드 그 후,
아이를 데이케어로 돌려보내다

팬데믹 선언 후 미국 맞벌이 부부의 선택   by  김예빈

   코로나 세상에 살고 있는지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요즘 부모들, 특히 많은 엄마들이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과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자주 부대끼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더욱이 남편들마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주부의 책임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아이들도 남편도 집에서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진 요즘 같은 때,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 챙기랴, 남편까지 챙기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고 고된 날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실직한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해 가정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여 다툼이나 우울증 심지어 아동학대나 가정폭력까지 발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여기 라스베이거스도 작년 3월 중순부터 stay home order가 떨어져서 남편, 나, 3살짜리 우리 딸 모두 집에서 계속 지내게 되었다. 3살짜리 딸은 child care에 다니고 있었는데, 운영이 힘들고 많은 부모들이 그때는 다들 조심하는 맘이 커 애들을 보내지 않기로 해서 한시적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Child care는 essential business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각자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또는 타의적으로 문을 닫은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많은 child care들이 이로 인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때문에 많은 선생님들이 직업을 잃게 되었고. 딸아이 학교 원장이 부모들이 돌아오기로 결정해주어서 너무나 고맙다고 자기들도 하마터면 다들 직장을 잃을뻔 했다고.  


   그리하여 남편과 나는 집에서 일을 하면서 활동력 만렙인 3살짜리 딸아이와 즐거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단 나는 tv나 스마트폰을 딸아이가 하지 못 하게 하는 관계로 (평소 주말에만 하루정도 무비데이를 정해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게 한다.), 아이에게 이것저것 크래프트나 놀거리 또는 가족이 함께 할 활동들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나는 남편과 번갈아가며 딸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남편이 미팅을 할 땐 내가 아이를 돌보고, 내가 미팅을 할 땐 남편이 아이와 놀아 주었다.  



   아이와 잘 노는 남편이긴 하지만, 문제는 딸아이가 남편과 최대한 둘이서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은 30분에서 길면 한 시간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나보다는 남편이 더 많이 일할 수 있도록 상황이 돌아가기 때문에, 내가 미팅하고 있을 때 딸아이가 내 동료들 또는 스태프들에게 인사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물론 직업 성격상 남편보다는 내 스케줄이 좀 더 조정이 가능해서 일단 내가 미팅이나 수업을 할 때를 제외하곤 일단 남편을 좀 더 배려해 주고 있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나는 딸아이가 잠이 들면 그때부터 미쳐 끝내지 못한 일들을 해야 했기에, 새벽 1시가 넘어 잠드는 게 일상이 되었다. 더욱이 팬데믹 상황으로 셋다 집에 있어야 하는 관계로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전부 집에서 다 해결해야만 했다. 남편도 많은 부분을 같이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식사 준비를 해야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남편이 회사를 가고 딸아이가 학교를 갈 땐 챙기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것들이 한 달, 두 달, 석 달이 지나가면서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힘에 부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밖에서 일하느라 아이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번 기회에 같이 하게 되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집에서 내 일을 하고 살림까지 하면서 아이와 놀아준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힘든 삼 개월이 지나자,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딸아이가 다니던 child care가 부모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6월부터 문을 열기로 한 것이다. 남편과 나는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만약 딸아이를 계속 집에 두게 되면, 나는 진지하게 휴가를 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집에서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평소 내가 해 오던 일 양의 반 정도도 못 채우는 날이 많았다. 


   길고 치열한 고민 끝에 결국 우리 부부는 딸아이를 6월 중순부터 child care에 다시 보내기로 결정했다. 사실 보내기 전날까지도 우리는 걱정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딸아이 반 정원은 20명이었는데, 처음엔 그중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이들과 집에 있으면서 일과 양육 그리고 집안일까지 모두 병행해야 했던 많은 부모들이 너무 힘들어서 결국 아이들을 학교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웃기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당혹스러운 현실이었다. 다행히 딸아이 학교가 방역을 철저하게 하고 부모들도 신경을 많이 써서 그랬는지 6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covid-19에 걸린 사람은 선생님 두 명뿐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고 나서 학교는 이주 동안 문을 닫았고, 다행스럽게 아이들은 아무도 전염되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힘든 결정이었지만, 또한 잘 한 결정이기도 했다. 나와 남편은 무사히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딸아이가 학교에 갔다 돌아오면 대신 온몸과 마음을 다해 놀아주는 예전의 우리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또한 딸아이도 이 나이에 필요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 사회정서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많은 아이들이 집에서 지내면서 사회정서적인 부분에서 퇴행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부모도 스트레스를 받고 아이도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전히 우리는 아이의 건강은 물론 우리에게 미칠 영향까지 항상 걱정된다. 하지만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딸아이 학교 선생님들은 저번 주부터 백신을 맞기 시작했고 2월에 두 번째 백신 접종까지 마치면 그나마 걱정이 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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