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은 구증구포 하면 안 됩니다.
전통의 과학화는 전문가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구증구포(九蒸九曝)'는 단어 그대로 풀이하자면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볕에 말린다'는 뜻입니다.
천연물(식물)을 찌는 것(열을 가하는 것)은 보통 2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천연물이 세포 내 가지고 있는 균들의 활동을 억제하여 부패 등을 억제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열을 가함으로써 천연물 내에 유용성분의 분자구조에서 변화를 주어( 분자구조에서 당이 떨어져 저분자화 되는 등) 사람이 먹었을 때 몸에 쉽게 흡수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우리는 것을 활성화한다고 합니다.
밭에서 수확한 인삼(수삼)을 한 번 찌고 말려 만든 홍삼이 바로 여기에 속합니다.
홍삼은 열을 가하는 과정을 통해 인삼(수삼)의 세포 내 있던 균을 제거하고 먹었을 때 장내에 흡수되어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유효성분과 사포닌을 증가시킨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찌고 말리는 과정을 아홉 번 반복하여 홍삼의 사포닌을 최상으로 끌어올렸다고 주장하는 것이 흑삼입니다.
구증구포의 흑삼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구증구포를 통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막아주는 성분이 홍삼의 세 배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암환자들 사이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과연 구증구포를 거친 흑삼이 실제로 건강에 유익할까요?
이러한 의문을 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제기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흑삼의 탄소 함량이 백삼이나 홍삼에 비해 3.3퍼센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한 물질이 탈 때 발생하는 유해 물질들이 홍삼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흑삼 제품에서 다량 검출되어 소비자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흑삼이 검은색인 것은 인삼이 가지고 있는 당이 산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즉 타서 탄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탄 음식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과 같이 오히려 암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흑삼을 만드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특정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구증구포의 과정에 그 특정성분의 증가만큼 좋은 성분이 분해되어 예측할 수 없는 성분이 만들어지고 이것들 중에는 인체에 유해한 독성 성분도 있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제법이라는 구증구포는 원래 인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천연물 내에 있는 균을 제거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열 침투력과 분포력이 필요합니다.
구증구포는 지황(地黃)과 같이 당이 많고 점성이 높아 열 침투력과 분포력이 많이 필요한 천연물에 사용하던 것입니다.
인삼은 1~2번 열을 가하는 것으로 인삼 전체에 균을 제거하고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만 지황(地黃)은 1~2번으로 균을 제거하고 활성화하기 어려워 한번 열을 주고 식히면 팽창을 하며 열 침투가 쉽게 진행이 되고 이것이 반복되어 아홉 번 정도 되어야 전체에 균을 제거하고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지황을 구증구포를 한 것이 숙지황입니다.
한약에서 재탕을 하고 삼탕을 안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누구는 잔류농약 때문이라는 말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만 재탕만 하는 것은 한약이 나온 이 후 그대로 이어져 오는 것입니다. 그때는 농약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재탕 이상이면 목표 성분이 아니라 다른 성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독성물질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삼을 구증구포 하는 것은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래 구증구포는 지황과 같은 천연물을 대상으로 하는 제법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홍삼을 만드는 것과 같이 적절하게 열을 가하는 것은 예전에는 경험의 축적을 통해 만들어진 대단히 좋은 방법입니다만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 천연물 내의 균을 죽이고 활성화하는 방법은 열을 가하는 것외에 기압을 높이는 등 다양하게 있기 때문에 열을 가하는 것은 아주 초보적인 방법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