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가는 길

by 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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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완도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한 고장이다. 윤선도로 유명한 보길도를 비롯하여 슬로시티 청산도, 신지도의 명사십리 등 일일이 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고산 윤선도가 보길도를 택하여, <어부사시사>를 남기며 자신의 노년을 보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느긋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완도 화흥포항에서 노화 방면 배를 타야 한다. 차를 가지고 배를 탈 수도 있지만, 설령 차가 없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35분 정도 바다를 가로질러 동천항에 도착하면 셔틀버스가 보길대교를 지나 세연정으로 가는 길목에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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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보길도를 떠올릴 때 반드시 나오는 인물이 고산 윤선도이다. 고산은 제주도로 가던 도중 보길도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 정착한 후, 우리 문학사에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다. 지금 보아도 상당한 규모의 토목건축인 세연정은 조선시대 연못의 여유로움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바위며 연못의 규모가 인공건축물이라기에는 너무 크다. 물론 한양에서 내려온 세도가의 호사였겠지만 대규모 토목 공사에 동원된 농민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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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윤선도의 문학세계를 잠시 감상한 후, 건물을 나와 작은 숲길을 거치면 세연정이 나온다. 세연정에 걸터앉으면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등줄기의 땀을 시원스레 날려버린다. 시간에 여유 있다면 동천석실이나 전망대를 가도 좋다. 오후의 세연정은 한가롭고 느긋하다. 이곳에서 고산은 한국 문학사에 주목할 만한 작품인 <어부사시사>, <오우가> 등을 남겼다. 그는 세연정에서 문우들과 글을 나누고 풍류를 즐겼다. 비록 귀양의 길이었지만 그가 만난 백성의 신산한 삶과 보길도의 넉넉함은 문학작품으로 승화되어 오늘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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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의 또 다른 명물은 예송리 해수욕장의 몽돌이다. 동글동글한 몽돌이 해변 가득이다. 예송리를 넘나드는 파도와 세월은 모난 돌들을 어루만지고 달래어 부드럽고 달달한 돌로 바꾸어놓았다. 어쩌면 색깔도 그리 신비로운지 보고 있어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누가 보지 않는다면 하나쯤은 몰래 집에 가져가서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는 돌을 가져가는 걸 절대 금한다. 하기야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하나 둘씩 가져가면 이 아름다운 해변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리라. 해변을 걸으면 따그락거리는 자갈 소리가 맑게 울려퍼진다. 밤에 돌들이 우는 소리를 들으면 잠못 이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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