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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시월 Jan 03. 2019

작법서 울렁증을 치유하다

책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의 에세이 같은 작법서다.


앤 라모트(Anne Lamott)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칼럼니스트. 그녀의 논픽션들은 언제나 삶에 대한 유쾌한 긍정과 위트, 감동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 든다. 구겐하임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각종 글로벌 베스트 차트를 석권, 전 세계 젊은 독자들에게 영감과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나는 대학에서 글쓰기를 전공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부터 로버트 맥기 '시나리오란 무엇인가'까지 많은 작법서들을 접했다.

'섭렵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게, 한 두 단원만 풀다가 깨끗하게 밀쳐둔 문제집처럼 조금 읽다가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작법서를 읽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가끔 작법서를 추천받으면 마음이 묵직해졌다.

스스로 '작법서 울렁증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어느 날 미국 소설가 앤 라모트의 작법서 '쓰기의 감각'을 만나게 되었다.

묘하게 끌리는 제목, 소박한 콜라주 느낌의 표지 디자인이 흥미로웠다..

워낙 작법서에 거부감이 있었기에 강사로부터 멀찍이 떨어져서 강의를 듣는 것처럼 떨떠름한 기분으로 책을 펼쳐 들었는데 무사히 끝까지 읽어냈다.

한 편씩 볼 때마다 한 편씩 줄어든다는 게 속이 쓰린 꿀잼 미드를 보는 것처럼 한 챕터씩 아껴 읽은 책이다.




'쓰기의 감각'은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많은 작법서처럼 글을 쓰는 법을 참고서 같이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 대한 강의에 가깝다.

저자는 글쓰기 강좌를 오랫동안 한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하듯 글을 전개하고 있다.

저자 본인의 경험과 주변 작가들을 봐온 경험을 근거로 운 좋게 출판을 한다고 해서 마법처럼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출판한 책이 성공을 거둬서 부와 명예를 가지게 되더라도, 매일 백지를 마주하는 괴로움과 본인이 지니고 있던 심리적인 문제들은 계속 함께한다는 것이다.

글쓰기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게 작가들이 다다를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이라고 한다.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를 '천형'이라고 얘기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글쓰기는 대부분의 경우 물질적인 보상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혼자 노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즐거울 때보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더 많다. 그렇지만 글을 계속 쓰게 되는 건 분명, 좋아서다. 글쓰기를 멈추는 것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천형'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앤 라모트가 열렬하게 말하는 글쓰기가 주는 몰입 그 자체의 행복을 좋아해서 결과물에 실망하고 실패자로 죽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쓰고 또 쓰는 것이다. 글쓰기는 위태롭고 불안한 인간의 삶에 주어진 선물이다. 누군가에게는 그게 자수를 놓는 것일 수도 있고 드라마를 보는 것일 수도, 게임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인간은 태어났기에 필연적으로 지게 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잠깐의 도피를 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인간이 가진 필멸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도약을 하는 순간도 몰입을 통해서만 가질 수 있다.





'쓰기의 감각'은 글쓰기에서 얘기를 시작하지만 점차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글솜씨가 좋아서 작법서라기보다는 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처럼 매끄럽게 읽히는 책이다.

작가의 삶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작법서다.








즉, 아무리 글쓰기에 능숙해지고 책과 이야기와 기사를 많이 발표한 작가가 된다 하더라도, 글 쓰는 일이 그들이 바라는 것을 모두 충족시켜 주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다. 그것은 결코 세상이 마침내 자신의 특권을 확인해 준다든가 정말 인정받는다든가 하는 느낌을 주지 않을 것이다. -<쓰기의 감각> p.40.





당신은 글쓰기를 위해 머릿속을 말끔히 비우고, 다른 것들은 모두 잡초 베듯이 베어 버린 다음, 문장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구슬을 꿰듯이 단어들을 한 줄에 엮기 시작하는 것이다. 당신은 필사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교화하거나 즐겁게 해 주고, 격조나 기쁨이나 초월의 순간을 담아내고, 실제 사건이나 상상한 사건을 생생하게 그려 내려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당신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 그건 인내와 믿음과 고된 작업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오로지 계속 전진하고 늘 새로 시작해야만 한다. -<쓰기의 감각> p.53




당신 자신에게 가능한 한 가장 다정하게 말하라.
-<쓰기의 감각>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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