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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시월 Jul 01. 2016

라떼 아트는 그대로다

초단편소설

"기다려봐."

수연의 얘기에 현우는 커피를 마시다가 멈췄다.

수연이 현우의 커피잔을 들여다봤다.

"봐봐. 그대로야."

수연의 얘기처럼 현우가 마시던 커피의 라떼아트는 마지막 한 모금까지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있었다.

"마셔도 돼?"

현우는 커피를 마저 마셨으면 했지만, 수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넌 어떻게 이걸 마셔?"

"마시라고 만든 거잖아."

"하트를 마시는 거야."

"그냥 우유라고."

"하트를 마시면 기분이 이상해."

"과자나 초콜릿은 하트 모양이라도 잘 먹잖아?"

"달라."

"먹는다."

"먹어."

현우는 하트 모양 라떼 아트를 꿀꺽 삼켰다. 맛은 마시던 커피맛과 똑같았다.


카페에서 나오는데 비가 왔다.

수연이 우산을 가져왔다고 꺼내더니 펼치지는 않고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우는 수연의 손에서 우산을 가져와 펼쳤다.

빗속을 걸으면서 수연은  마디도 하지 않았다. 현우는 수연의 눈치를 살폈다. 하트 모양 라떼아트를 마셔버린  화날 일인가? 현우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제안이었기 때문에 거부했다. 그래도 수연에게 사과하는   피곤할까,  생각을 그대로 얘기하는  나을까? 현우가 고민하는데 수연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왜 기분 나쁜지 알았어."

"... 왜 그랬는데?"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끝까지 변함없는 건 잘 없거든. 그런 거에 성공했는데... 난 못 먹겠어."

"안 먹어도 커피잔을 씻을 거 아냐."

"그러니까 알아도 내가 그러기는 싫은 거겠지."

"뭐가 달라?"

"달라."

수연은 계속 옆에서 걷고 있었지만, 현우는 수연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뭐가 다르다는 건지, 현우도 이해하고 싶었다.


비가  거세게 왔다. 현우는 이해하기보다 수연이 감기에 걸리지 않는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현우가 수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우산 속으로 들어오는 빗방울이 현우의 손등에 닿았다. 어떤 생각이 현우의 마음을  쳤다. 어쩌면 언젠가는 비가 오는  어깨를 감싸주고 싶은 사람이 수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날에, 수연에게 늦지 않게, 마음이 변했다고 얘기할  있을까? 빗방울이 계속 현우의 손등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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