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고민으로 방황하는 30대 청춘
요즘 MZ세대의 공무원 퇴사 관련 뉴스가 자주 보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적은 보수와 박살 난 연금, 답답한 조직문화에 회의감을 느낀 것이 크지 않을까 싶다.
30대 중반인 나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휴직과 함께 시작된 새삼스런 진로 고민.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을 때만 해도 나는 이제 앞으로 진로 고민은 안 해도 되겠구나 하고 안도를 했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역설적이게도 그 안도감이 나를 고민스럽게 만든다. 빤히 보이는 앞으로의 진로가 내가 선택한 길을 의심하게 만든다. 큰 틀이 정해진 공무원이라는 투명한 삶, 그 안에서 움직이는 나. 심지어는 기대소득조차 호봉표대로 다 정해져 있는 길이다.
공무원에 대한 환상이 깨지자 고민은 스스로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공무원의 삶과 많이 다를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뭘까? 생각해 보면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잘 살아왔을 뿐이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씀 잘 듣는 모범생이었고, 공무원이 되어서는 일 좀 하는 직원이었다.
학생 때는 대학만 잘 가면, 대학 가서는 취직만 잘하면, 취직해서는 결혼만 잘하면, 결혼해서는 아이만 잘 낳으면..으로 끊임없이 다음 미션이 주어지는 사회. 나는 그 과정들을 성실히 밟아왔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고 직업으로 삼지도 못했다. 그저 그때그때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직업으로 삼는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보람과 성취감, 일에서의 만족감은 지금보다는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직업이라는 것에 생계에 의미만 두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얻고 싶어 하는 자아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공무원 사회에 적응해서 잘 다니시는 분들을 보면 모든 사람이 나와 같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오히려 이런 휴직 6개월 기간을 나의 진로를 고민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어떤 진로로 바꾸든 간에 짧은 휴직 기간 안에 바로 전환하기에는 쉽지 않고 어쨌든 준비기간이라는 것을 가져야 하는데, 이러한 진로 계획 속에는 복직 후에도 퇴근 후에 퇴직준비생으로 살아야 한다는 계획도 포함시키며 각오를 다지게 된다.
교세라 명예회장 ‘이나모리 가즈오’의 저서 ‘왜 일하는가’에서는 ‘일은 수행이다’라고 말한다. 단순 생계를 넘어서 주어진 일에 열심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기보다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는 것은 유토피아를 찾는 것과 같다. 유토피아는 화려하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유토피아는 유토피아일 뿐이다. 그래도 유토피아를 현실에서 이루고 싶다면, 지금 자신 앞에 놓인 일을 먼저 사랑하라.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중에서
과감하게 공무원을 바로 그만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복직을 해야 할 때가 오면 위의 말을 새겨서 또 열심히 생활해 봐야겠다. 예비퇴준생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