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만으로는 안 되는 무언가.
얼마 전, 조교 한 명이 찾아와서는
하소연을 실컷 했다.
다른 강의도 듣고 있는데,
오늘 그 강사님에게 너무 혼이 나서,
인격적으로 심하게 상처를 입었고 마음도 좀 힘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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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내게 위로받고 싶은 눈치였다.
그리고 또 이렇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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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알고 있는 어떤 책 중에 하나가 있는데,
다친 마음을 치유해주는 따뜻한 내용의 책이라,
그것을 통해서 조금 위로를 받을 수 있었고,
우선 조금 더 읽으며 안정을 찾아보려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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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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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상처 받고 위로받고
그렇게 반복하고 있을 거냐고.
위로가 인생의 목표는 아니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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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그 강사 두고 보자. 이를 갈면서 공부해서
나중에 멋지게 복수하겠다고 마음먹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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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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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위로받으러 온 이 시간에,
어서 가서 단어 하나 더 외우라고.
빨리 복수해야지 뭐 하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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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런 스타일이다.
조금 순하게 생긴(자칭) 외모와 달리,
실패한 가수, 늦은 군입대로
여러 패배감을 견뎌오면서
살아남기 위해선 뭐든 해냈어야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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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사를 시작한 이후,
신입 강사로서 몇 번의 부당한 핍박으로
열정을 잔인하게 부정당해본 적도 있었으며,
그래서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는 늘 복수심으로 힘들게 버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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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치유의 시대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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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걷고 있는 그 여정의 마지막에는
분명 치유만이 아니라 무언가 성취로 끝이 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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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를 위해선,
상처의 대한, 또는 그 원인 제공자에 대한 조금의 복수심이
계속 걸어갈 수 있는 힘의 원동력,
그리고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아이도 꼭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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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필요하니까.
과정에 멈춰 서서 계속 반복만 하고 있어선 안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