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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나 Sep 21. 2021

정말 눈 깜짝할 사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무언가.

9살 무렵, 학교를 마치고 왔을 때,

언제나처럼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뜩이나 겁이 많았고, 어린 나이에도 사무치는 외로움싫었던 나는 

책상 위에 가방을 던져둔 채, 갑자기 눈을 질끈 감았다.


“TV에서 본 것처럼 시간이 엄청 빠르게 흐르고 흘러서, 눈을 뜨면 어른이 되어있어라.”

눈을 떠보니 당연히  그대로 9살이었고,

눈에 보이는 것은 책상 옆에 새하얀 벽지뿐이었다.


라는 기억을 얼마 전에 다시 떠올린 적이 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 오랜 시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로 생각, 고뇌, 기쁨, 좌절 등이 수도 없이 많았겠지만,


어릴 적 눈을 질끈 감았던 그 순간만을 다시 떠올려보면,

정말,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슈웅  기분이었다.


멋 모르던 어린 시절에 꿈꿨던 만큼의 많은 돈은 벌지 못했고,

아빠 없이 고생하며 키워주신 어머니께 생각한 만큼의 효도를 해오진  같다.


그래도 그때보다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키가 두배는 큰 것 같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으며,

어릴 적에는 결코 상상하지 않았던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가진 직업을 가진 어른이 되어있었다.


'시간은 빨라."

'시간은 화살 같은 거야.'

정말 많이 들었던 흔하고 뻔한 소리들이다.


하지만 문득 어릴 적의 나 자신과 대면하는 그 순간엔

정말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보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이 눈을 뜨면 난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되어있을 거다.

말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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