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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나 Oct 01. 2021

그 몇 초 따위

왜 망설이니.

“그래 아들, 오늘도 고생했다.”

“아이고, 어머니는 이제부터 고생이시겠네요.”


같은 서울 하늘 아래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자주 못 뵈어서,

퇴근길에는 어머니께 전화를 꼭 드리려고 한다.


공교롭게도 내가 학원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이

동대문 새벽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어머니의 출근시간과 겹쳐서

매일 ‘수고했다’와 ‘수고하세요’가 교차되는 독특한 대화가 이뤄진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화를 끊을 때면 항상 

“어머니, 사랑합니다.”를 꼭 하고 끊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하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매번 통화 후에 전화를 끊을 때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말하지 않고

애매하게 넘어가는 어색한 몇 초가 생긴다.


“네, 어머니... 너무 무리 마시고.. 음, 들어갈게요!”


그 순간 망설이는 몇 초 따위.


그냥 사랑한다고 말씀드리면 그만인데,

뭐가 그리 어렵고 힘든지.


매일 끊고 나서 후회하고

다음날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혹시,

그 몇 초간 그런 거면 어떡하지?


“오늘은 녀석이 말해주려나..?”

하고 어머니께서도 기다리고 계셨다면..


생각만 해도 죄송스럽고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그래,

내일은 꼭 말해드려야겠다.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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