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축제 기획자로 의령에서 한 달 살기 (5)

5.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중요하다

by 이양고


1.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는 월요일




주말 동안 푹 쉬고, 다시 의령으로 떠나는 월요일 아침.


곯아떨어진 나물이가 어찌나 귀여운지 사진으로 남기고, 눈과 마음에 새긴다.

누나가 올 때까지 또 건강하게 잘 지내.





주말 동안 동생들이랑 나들이라도 가려고 했건만

오랜만에 외부 활동(=카페쇼 부스일)을 한 게 몸에 무리로 온 것인지

주말 동안 내내 누워있었다.


2개월 넘도록 놀고 쉬기만 했더니 체력이 떨어진 것인지, 피부가 뒤집어지고 몸살인지 온몸이 아프고 코피가 났더랬다.


의령 숙소에서 쉬었더라면 마음 놓고 쉬지 못했을 텐데

집으로 가 푹 쉴 수 있어 몸을 회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의 첫 일정은 '쾌지나칭칭'에서 점심 먹기.

망고가 마산역으로 픽업을 나와주어서 썸머와 나를 데리고 함안 맛집인 쾌지나 칭칭으로 향했다.




우리는 평일에만 즐길 수 있는 '쾌지나 오찬(1인 15,000원)'이라는 메뉴를 주문했다.


옛날 양념 돼지갈비와 한우 된장찌개를 같이 즐길 수 있는 한 끼 든든한 정식으로,

평일 점심에 든든한 한 끼를 먹기에 딱 적당했다.



평일에만 먹을 수 있는 '쾌지나 오찬'외에도

육회나 육회비빔밥, 돼지갈비, 갈비탕 등을 판매 중인데 인테리어가 멋스럽고, 테이블이 굉장히 많다.


식당이 큰 만큼 주차장도 넓으니

함안이나 의령 근처에 방문하게 된다면 한번쯤 방문해도 좋을 듯하다.



이윽고 테이블 위에는 돼지갈비와 된장찌개가 올랐다.


만듀와 또치가 앉은 자리에서는 만듀가,
나와 썸머, 망고가 앉은 자리에서는 망고가 고기를 굽는 수고를 맡아주었다.


덕분에 나는 된장찌개를 곁들여 마음 편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회사에 다닐 때는 내가 늘 고기를 굽곤 했다.


회식 자리가 시작되면 다들 대화에 빠져 고기를 제대로 못 챙겼고, 나는 성격이 급해 늘 먼저 집게를 집어 들었던 것이다.


반면 집에서는 둘째가 고기 담당이다.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 덕분에 언제나 적당한 굽기로 완벽하게 구워내기 때문이다.


결국 고깃집에서 고기를 굽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수고로움이자, 함께한 이들에게는 고마운 배려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쾌지나칭칭 옆에는 그린 프로그라는 카페도 있는데,

오후 일정이 있는 우리는 카페는 못 가고 몸을 돌려 의령으로 향했다.




잠시 숙소에 들러 비어 있던 방을 둘러보았다.
고작 주말 동안 비웠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오래 비워둔 듯 낯설게 느껴졌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가을바람을 맞고 있자니 그저 이대로 조금 더 쉬고 싶다는 마음이 차올랐다.


아마도 곧 다시 일터로 향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 마음을 더 강하게 만든 게 아닐까 싶다.


그냥 노는 거라 생각하면 몇 시간씩 해도 아무렇지 않은데,

누군가에게 보여져야 한다는 것이, 이왕이면 잘해내고 싶다는 부담감이

'일'처럼 느껴져 더더욱 출근처럼 느껴진 모양이다.









2. 일하는 감각을 되살리는 기분


홍의별곡 사무실에 모여 앉은 우리는
본격적으로 ‘리치리치 페스티벌’에서 맡게 될 머니플레이 부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게임 진행을 위해 필요한 시나리오와 준비물, 디자인까지 하나하나 짚어가다 보니
오랜만에 일하던 감각이 다시 깨어나는 듯했다.




또치는 부스와 팝업을 직접 기획·운영한 경험이 있어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꼼꼼히 짚어주었다.


썸머는 고연차 디자이너답게
머니플레이에 필요한 디자인 레퍼런스를 수집하고 제작을 맡았다.


나는 오래 글을 써왔다는 이유로 게임 시나리오를 담당했다.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챗GPT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구조를 다듬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회사에 다닐 때 늘 고민하던 것이
‘챗GPT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였다.

실제로 사내에서 관련 강의를 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직접 써보니 그때 배웠던 것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새삼 느꼈다.





각자 자신이 잘하는 걸 맡아 진행하니 비교적 속도가 붙었고,

우리는 속도가 붙은 김에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의령에서 마산이나 부산, 진주 등에 가려면 터미널로 가야만 한다.

또치가 수요일에 일정이 있어 부산에 잠시 다녀와야 하는데,

그 전에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기 위해 다 함께 버스터미널로 들렀다.




나도 의령을 벗어나 집에 잠시 다녀와야 할 일이 있을 테니 버스 시간표를 찍어두었다.


간단하게 버스 시간표를 확인한 우리가 저녁을 먹으러 향한 곳은 다름아닌 '마라탕집'






예전 회사 근처에는 마라탕 맛집이 있었다.

퇴근 후면 동생들과 종종 들렀는데, 그 뒤로는 치앙마이에 가 있고, 해인사에 머물고, 순천에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마라탕을 먹을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다시 마주한 마라탕이 더 반가웠다.


이번에 마라탕을 먹자고 아이디어를 낸 건 ‘타라’였다.
타라는 이번 의령살기 멤버는 아니지만,
칠곡 안내소 1기 활동을 계기로 의령 군청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게 된 지 두 달째다.


나는 상주 2박 3일 캠프에서 처음 타라를 만났는데, 의령에서 다시 마주칠 때마다 늘 반갑다.

사람 사이의 인연은 정말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퇴사 이후 그 사실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세상은 생각보다 좁다. 몇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돌아본다.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기진 않았는지,
불편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지는 않은지.



마라의 알싸한 맛을 잘 모르는 나는 0단계의 마라탕을 먹었고,

다른 테이블에 앉은 또치와 타라는 1.5단계의 알싸한 마라샹궈를 주문해 먹었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도 이토록 다른 입맛이라니.



군청에서 퇴근한 타라, 그리고 머니플레이 기획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가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의 잔을 높이 들어 올려 짠!

이번 한 주도 다들 힘내봅시다.



숙소로 돌아오기 전, 마트에 들러 일용할 양식을 챙겼다.

9,000원씩 총 세 끼를 지원해주는 의령군 덕분에 작은 도토리 창고를 채우듯 음식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다만 지원 규정이 있어 카페나 주점은 제외되고, 편의점·식당·마트에서 사용한 영수증만 인정된다.

그 영수증을 증빙자료에 붙여 제출하면 한 달 뒤 돌려받는 방식이다.



모두가 잠든 듯 조용한 칠곡면.

우리는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며 홍의별곡으로 향했다.

일의 마무리를 하기 위해.

이게 바로 프로의 자세.니까.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시간, 우리는 아까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어갔다.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

물론 내일 맑은 정신으로 다시 본다면 분명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겠지만,

그건 내일의 우리가 또 해낼 몫이니까.




리치리치 페스티벌 리플렛 속에 실린 우리의 ‘머니플레이’.

행사 당일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기대하며, 오늘 하루도 끝!

keyword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