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을 다른 아쉬움으로 덮어씌우지 말 것
나는 물기를 바싹 잃고
바스러져버린 낙엽을 밟아보고 나서야
가을이 어느새 옆을 스쳐 지나갔다는 걸 깨닫고
뒤늦게 서러워하곤 했다.
찬란하고 길었던 여름밤이
다 지나가버리고
코끝이 시려워지고 나서야
여름을 그리워했고,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계절에는
감흥없던 겨울이
짓밟히고, 짓이겨지고,
상처처럼 검은 물로 변해버린 뒤에서야
겨울이 지나갔음을 깨닫고 아쉬워했다.
지나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건
눈앞의 현실에 집중했다는 뜻이기도,
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아쉬움을 다른 아쉬움으로 덮어씌우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