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왔다."
초등학생 시절, 아빠가 버스를 타고 큰 도시로 나갔다가 오는 날이면 두 손에 꼭 간식거리를 사들고 오셨다. 어쩔 땐 과자나 빵이었지만, 또 어떨 땐 햄버거였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미국식 햄버거가 아니라, 요즘엔 '옛날 햄버거'라고 불리는 바로 그 모양이었다.
"한 사람당 하나씩이다. 천천히 무라."
아빠는 엄마 몫까지 총 4개의 햄버거를 사오셨다. 우린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 들고 맛있게 먹었다. 새콤한 케첩 맛이 잘 느껴지고, 양배추의 아삭함이 돋보이는 납작한 햄버거였다.
어렸을 땐 그게 햄버거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한참 뒤 교회에서 간식으로 시켜 먹은 햄버거를 먹어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좀 더 오래도록 햄버거란 그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흰색 포장지에 싸인, 양배추가 도톰하게 들어가고 패티가 얇은 바로 그 햄버거.
나는 착실하게 나이를 먹어갔고, 어느 날엔 약속 때문에 도시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와 마주쳤다. 아빠 역시 도시에서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버스 터미널을 거쳐야 했다. 아빠는 종종 자차를 몰고 도시에 나가셨지만, 술자리가 따라붙는 약속에는 차를 두고 시외버스를 타셨다.
"양고야, 여기 와서 인사해라."
막차를 타고 같이 가자는 연락을 받고 터미널로 향했다. 아빠를 찾으러 들어갔더니 터미널 한 켠의 매점에 앉아 소주를 들이켜고 계셨다. 오래되고 고급스럽지 않은 터미널이었지만, 오뎅 같은 안주에 소주를 파는 매점이 있었다. 친구와 1차를 마친 뒤 터미널 사장님을 말벗 삼아 2차를 간단히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주를 마시며 버스 시간을 기다리는 아빠 옆에 앉은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어렸을 때 아빠의 외출 뒤 간절히 기다리던, 바로 그 옛날 햄버거였다.
"양고야, 기억나나. 아빠가 이거 많이 사갔었다이가. 바로 여기서 사간 거다."
익숙한 햄버거를 보자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군침이 흘렀다. 추억의 힘은 강했다. 값을 치르고 아빠 옆에 앉아 햄버거를 크게 한 입 깨물었다. 벌써 몇 년도 전에 먹던 것이었는데 여전히 패티는 버석했고, 양배추는 아삭했으며, 맛은 전반적으로 새콤했다. 초등학생 시절 기쁜 마음으로 아껴 먹던 그 햄버거가 떠올랐다.
"3개만 포장해주세요."
"동생들 갖다주그로?"
"네. 엄마도 그렇고, 동생들도 좋아하거든요."
버스에 올라타 검은 봉투에 담긴 햄버거를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봤다. 동생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분명히 좋아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기억인데도 큰 방에 둘러앉아 햄버거를 베어물던 그날이 아주 생생히 재생됐다. 좋은 기억일수록 오래 간직하고 싶은데, 왜 이렇게 빠르게 잊혀지는 걸까. 따뜻하지도 않은 햄버거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