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곁에 행운이, 행복이

곁에 고스란히 남은 행운과 행복을 알지 못해서 불행하다

by 이양고

어제 퇴근길에 문득 고개를 들었다. 평소라면 휴대폰만 보며 걸었을 텐데, 그날은 왠지 하늘이 보고 싶었다. 그때 봤다. 아파트 화단에 누군가 심어놓은 작은 들꽃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아무도 모르게 피어 있던 그 들꽃을 보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 행복이 이런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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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옆에 행운과 행복이 자리잡고 있다. 어쩌면 당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의 곁에 고스란히 남은 바로 그 행운과 행복을 알지 못해서.



가끔 길을 걸을 때 평소엔 눈에 보이지 않던 들꽃이 보일 때가 있다. 또, 아무 생각 없이 떠난 여행에서 사랑받아 털이 반질반질한 길고양이를 보면 행운과 행복을 동시에 느낀다. 주변 상인들이 얼마나 잘해줬기에 길에서 생활하는데 털이 저토록 반질반질할까 싶은 마음에 행복 한 번, 무심코 던진 시선에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에 행운 한 번.


KakaoTalk_Photo_2025-06-30-16-18-43.jpeg 하동 화개장터에서 마주친 고양이들. 길고양이라는데 밥을 잘 챙겨먹어서 애교가 많고 털에 윤기가 흘렀다.


불안과 불행을 내려놓으면 언제든지 당신의 곁을 맴도는 행운과 행복을 볼 수 있다.

그것은 1원 반푼어치의 과장도 없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르는 소리. 나는 요즘 매일같이 불행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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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드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시선을 조금만 틀어보길 바란다고.


부는 바람에 행복을 느껴본 적 있는지? 떨어지는 빗방울에 안도를 느껴본 적 있는지. 피어있는 들꽃을 유심히 본 적 있는지, 때마침 오는 버스에 평안함을 느낀 적 있는지. 당신은 불행한 것이 아니다. 행운과 행복을 받아들일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틀린 것이 아니다.


그저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을 뿐이다.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하고 힘들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내 또래는 좋은 부모를 만나, 적당한 환경에서 자라고, 본인이 부족함 없다는 것도 모른 채 징징거리며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왜? 나는 왜. 뭐가 문제인지, 왜 나만 이래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였다. 출구가 없는 미로와도 같은 고민 속에서 고민하는 건 그저 체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저, 그 미로에서 나와 새로운 방향으로 걸어가면 된다. 단지 그뿐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더니, 가난하게 태어난 나의 시작을 그저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더니 나 스스로를 좀 더 다그치게 되었다. 조금 더 노력해야만 해, 아무도 의지해서는 안 돼, 너는 혼자서도 잘 나아가야만 해. 혹 넘어져 다치더라도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야 해. 아무도 너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아. 혼자 자취를 시작했을 때,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며칠째 같은 골목에서 서성거리고, 퇴근길을 뒤따라 오던 섬뜩한 경험. 일부러 골목 저 멀리를 돌아갔다가 그 그림자가 보이지 않고 나서야 후다닥 건물을 뛰어 올라갔던 경험. '아무도 의지해서는 안 돼'라는 생각에 사무치게 외로웠던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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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얼마나 몸에 힘을 주고 살았던지 입안에 가로로 줄이 생기고, 기절하듯이 잠들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어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혹 깊이 잠들면 밖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날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을 거라는 그 생각에 사로잡혀 새벽에 깨어있던 그 시간 속에서 얼마나 홀로 울었는지. 내 곁에 있는 행복과 행운을 보지 못하고 불행과 불안만 손에 꼭 쥔 채로 살던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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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무도 나를 구원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부지런히 일자리를 구했고, 새로운 일자리에 적응했고, 돈을 벌었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돈을 아끼고 아껴가며 시간을 보냈다. 나의 노력이, 나의 인내가 나의 미래를 만드는 시간들이었다. 한참이 지나고, 여러 우여곡절을 지나고 보니 그때 홀로 울던 내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그 감정이 새록새록 생각나 그때의 나를 안아주고 싶지만, 당시엔 몰랐다.

외로움과 싸울 필요 없이 조금 내려놔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그저 그렇게 온몸에 힘을 빡 주고 살아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30대가 되어보니 20대의 아무것도 모르고 여린 내가, 불안함에 발밑이 뜨거워 방방 뛰던 내가 그저 가엽다.


그때의 나처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언제든 다시 그때처럼 방방 뛰며 불안함에 사로잡혀 울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시기를 잘 버텨온 나는 그 시기가 언제고 다시 지나갈 것이라는 걸 안다. 희망을 놓치만 않으면,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 안 믿겨도, 어떻게든 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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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세요. 울고 있는 지금 당신의 곁에도 행운과 행복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당신이 고개를 들 준비가 되었을 때 보일 거예요.
열심히 살라는 말이 아니라, 그저 불행과 불안을 조금만 내려놓아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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